트럼프 “많은 여자들 나설 가능성 대비하라” 지시…옛 심복 코언 증언

이본영 기자 2024. 5. 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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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영향 목적 성관계 입막음 돈 제공 혐의’ 재판
타블로이드가 추문 사들인 뒤 보도 않는 방식도 사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4월30일 재판을 받기 위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두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해결사’였다가 그의 유죄 입증을 위한 핵심 증인이 된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성관계 입막음 돈을 전달했고, 이는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치부를 속속들이 아는 코언의 증언으로 재판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코언은 13일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재판에 나와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그와의 성관계 사실을 주장하는 포르노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약 1억7800만원)를 주고 나중에 변제받았다고 밝혔다. 코언은 당시 대니얼스의 주장에 대해 보고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문제가 새나가지 않게 하라”, “그냥 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코언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건 재앙이다. 빌어먹을 재앙이다”라거나 “여성들이 나를 미워할 것”이라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입막음을 시키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대니얼스 쪽에 돈을 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해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전까지만 얘기를 틀어막으면 된다면서 “이기면 대통령이 되니까 상관없고, 지면 지는 대로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마이클 코언이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귀가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코언은 이 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선거자금법 위반과 탈세가 문제가 돼 수감됐었고, 유죄 인정 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라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기소된 직후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며 코언을 상대로 5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증인석에 앉은 코언은 대니얼스와의 사례뿐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를 파묻으려고 전방위적으로 뛴 다른 상황까지 자세히 증언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많은 여자들이 나설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사실을 주장한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에 대해서도 자신이 나서 타블로이드지 발행인이 얘기를 사들이게 한 뒤 묻어버리는 ‘캐치 앤드 킬’(catch-and-kill) 수법을 썼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혼외자가 있다고 말하는 트럼프타워 도어맨에게 자신이 3만달러를 주고 입막음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번 증언은 선거를 의식해 성관계 입막음 돈을 준 뒤 회사 장부에는 법률 비용으로 허위 기재한 것은 중범죄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 맨해튼 검찰의 기소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와는 성관계를 하지 않았지만 헛소문으로부터 가정을 지키려고 돈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코언은 “모든 게 선거 때문이었다”며 기소 내용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 지난주에는 대니얼스가 증인석에 앉아 2006년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하고 10년 뒤 돈을 받은 상황을 증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맥두걸의 성관계 얘기를 사들여 보도하지 않고 묻어버린 전 타블로이드지 발행인도 이미 기소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형사 사건 4건 중 가장 먼저 재판이 열리는 이 사건에 대한 핵심 증인들의 증언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들의 증언이 대체로 기소 내용에 들어맞기 때문에 사실관계 규명보다는 그런 행위를 죄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배심원들의 평가로 초점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년간 심복 역할을 한 코언의 증언을 묵묵히 들으며 가끔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그는 퇴정 뒤 기자들을 향해 재판을 주재하는 후안 머천 판사에 대해 “민주당 정치인들이 지명한 판사”이고 “부패한 판사”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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