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축구선수 꿈 앗아간 ‘음주운전’…감소세에도 재범률 여전

김지호 2024. 5. 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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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음주운전 적발건수 총 13만150건
음주운전 감소세에도 재범률 평균 43%
‘윤창호법’ 시행 후에도 재범률 억제 미비
‘제2의 손흥민’을 꿈꾸던 진호승(당시 22세)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불의의 사고로 외사 상태에 빠진 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7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2022년 9월20일 친구를 만난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 차에 치여 쓰려졌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고인의 어머니 김보민 씨는 “아들이 꿈에 나타나서 ‘너 이 녀석 어디 갔다가 이제 왔냐’고 울고 호통치면서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면서 “그랬더니 잘 지내고 있다고 엄마 잘 지내라면서 꼭 안아줬다”고 전했다.
 
같은 해 10월18일에는 음주운전 사고로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였던 유연수씨가 하반신 마비 등으로 치명적 상해를 입었다. 당시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의 만취 상태로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를 몰다가 탑승자 5명이 타고 있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유씨는 응급수술을 받고 1년 가까이 재활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결국 25세 젊은 나이에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음주운전자가 820만원을 공탁하고 여전히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좌우), 간장, 신장(좌우), 췌장, 안구(좌우)를 7명에게 기증하고 숨진 故 진호승씨(왼쪽)와 지난해 11월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인사말하는 유연수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제주유나이티즈
음주운전으로 20대 축구선수 2명이 숨지거나 하반신 마비 등 영구적 상해를 입은 가운데 음주운전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재범률은 평균 43%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경찰청 공공정책데이터 ‘연도별 음주운전 재범자 단속 실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총 13만15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음주운전 2회 이상 재범 건수는 5만5007건으로 재범률은 42.26%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적발건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13만772건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로 11만7549건, 2021년 11만5882건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에 가까워지게 된 2022년 무렵부터 13만283건, 2023년 13만150건으로 늘었다. 재범률은 5년 평균 43.62%로 나타났다.
음주 단속 중인 경찰. 연합뉴스
이에 음주운전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선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적절한 형량 범위에서 확실한 처벌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겨울호에 게재된 ‘판결문 데이터를 통해 본 음주운전 처벌 규정 변경이 불러온 변화’ 논문에서는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재범률 억제가 미비했다고 분석했다.
윤창호법 제정 촉구. 연합뉴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이나 측정 거부를 2회 이상 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2018년 12월 개정된 후 이듬해 6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21년 11월과 2022년 5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해당 법률 조항에 대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려 재범 가중처벌 규정의 효력이 상실됐다.

국회는 지난해 1월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이상을 확정 선고받고 10년 이내에 재범하는 경우 가중 처벌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일부 개정하는 등 보완에 나섰고, 같은 해 7월부터 보완된 법이 시행되고 있다.

논문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벌금, 징역형, 집행유예 등의 선고를 받은 음주운전 단일범죄 판결문 1만4482건을 윤창호법 시행 전후로 나눠 분석했다.
판결문 데이터 분류기준 및 세부내용. 논문 갈무리
윤창호법 시행일과 법안의 최초 위헌 결정일을 기준으로 구간을 3개로 나눈 뒤 재범률을 연구가 이뤄졌다. 1구간은 윤창호법 시행일 전에 범행을 저지른 경우고 2구간은 윤창호법 시행 후부터 헌재 위헌 결정이 나기 직전까지 기간에 판결이 선고된 경우다. 3구간은 위헌결정으로 윤창호법이 일부 효력을 잃은 이후부터 2023년까지 판결이 선고된 경우다.

피고인의 동종 전과 횟수를 기준으로 재범률을 분석해보니 초범의 비율은 1구간에서 2.0%였지만 2구간에서 4.3%로 증가했다. 전과 1회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은 1구간에서 4.3%였으나 2구간에서 44.2%로 급증했다. 윤창호법 시행 후 재범률이 오히려 39.9%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구간에서 전과 2회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은 약 31%포인트, 전과 3회 이상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은 약 11%포인트 감소했다. 2구간에서 3구간으로 넘어가는 시기 초범의 비율은 1.5%포인트 증가했고 전과 1회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은 15.2%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시간 전과 2회 음주운전자 재범률은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전과 3회 이상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은 13.7%포인트 감소했다.

논문은 “전체적으로 재범 비율은 2.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재범 가중처벌의 기준이 되는 전과 1회 재범의 비율이 (2구간에서) 월등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음주운전 재범 처벌규정 강화가 재범 발생률 억제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도출된다”고 해석했다.
각 구간별 전과 횟수에 따른 비율 분포. 논문 갈무리
2구간이 음주운전 1회 재범부터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이 적용된 시기임을 고려할 때 전과 1회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이 큰 폭 증가한 점이 유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논문은 “처벌강화 입법이 적어도 범죄 예방적 관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처벌의 확실성이 재범 억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가 존재하니 향후 재범 억제 전략을 세울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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