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냐… 파타야 ‘드럼통’ 살인사건 범행동기는 ‘돈’? [취재메타]

2024. 5. 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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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사라진 손가락 10개… 인물식별 방해용 또는 고문 흔적
드럼통에 시멘트 부어 호수에 가라앉혀… 범행 뒤 한국서 태연히 검거
범행동기 ‘돈’ 가능성… 원한 관계 및 계획범죄도 경찰이 밝혀야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A씨가 2차 조사를 위해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시신 유기는 ‘신세계’, 범행 배경은 ‘범죄도시’를 닮은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인들이 한국인을 살해한 사건이다. 범행 동기는 아직은 미궁이다. 일단 범인들이 피해자의 모친에 전화를 해 ‘돈’을 요구한 것은 이번 범행이 돈을 목적으로 한 사건일 개연성을 높인다. 피해자의 손가락 10개를 모두 잘라낸 것은 ‘시신 확인’에 필요한 시간을 끌기 위해서라는 것이 경찰측 관측이다. 용의자는 3명이다. 이들 중 한명은 한국으로 귀국해 본인 주거지에서 검거됐고, 또다른 한명은 캄보디아에서 잡혔다. 마지막 한명은 육로를 통해 미얀마로 도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은 14일 오전 태국 파타야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광객 살인사건의 도주 용의자 중 한 명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이 A씨를 잡은 것은 이날 새벽(한국시각)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경찰주재관과 현지 경찰의 공조를 통해 검거했다. 경찰은 프놈펜의 한 숙박업소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를 국내로 압송, 전북 정읍에서 검거된 또다른 용의자와 함께 경남경찰청에서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다른 용의자 한명은 미얀마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 신세계의 한 장면 [신세계 캡처]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대 피해자는 이날 관광 목적으로 태국에 입국했다. 사건이 확인된 시점은 지난 5월 7일이다. 용의자 중 한명은 피해자의 모친에 전화를 해 ‘1억1000만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아들이 목숨을 잃는다고 협박했다. 피해자의 모친은 한국 대사관에 신고를 했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폐쇄회로(CC)TV 확인 및 지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목격된 지점은 지난 5월 3일 새벽 태국 후이쾅 지역의 한 클럽이다.


당시 용의자 2명은 피해자를 렌터카에 태우고 파타야로 갔다. 이후 이들은 다른 픽업 차량으로 갈아탔고 파타야의 한 저수지 인근에 있는 숙박시설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오후 9시쯤에는 이들이 픽업트럭 짐칸에 검은 물체를 싣고 숙박업소를 나간 뒤 저수지 근처에 1시간가량 주차했다가 숙박시설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 경찰은 지난 11일 같은 저수지에서 시멘트로 메워진 검은색 대형 플라스틱 통 안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태국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납치된 시점은 5월 3일~4일 가량으로 보이고, 드럼통에 담겨 살해된 시점은 4일께로 추정된다.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파타야의 한 저수지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점과는 차로 약 1시간50분 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곳에서 피해자의 시신은 시멘트가 들어있는 통 내에서 발견됐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 첫 장면에선 드럼통에 시신과 시멘트를 채워 바다에 유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인 용의자 3명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와 시신 유기 방법으로 쓴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배상훈 우석대 교수는 “영화 신세계에선 이런 방식으로 시신을 유기했다”고 설명했다.


범행 배경이 해외라는 점은 ‘범죄도시’를 연상케 한다는 설명도 있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에선 한국인들이 베트남을 무대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이 담겼다. 총기와 마체테(정글도)가 상시 사용가능한 위험한 외국이 배경이라는 점은 이번 사건과의 유사성이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은 이번 사건과 범죄도시 영화의 유사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용의자들은 신분 노출 위험이 큰 렌터카를 사용해 피해자를 납치했다. 해외에서 이뤄지는 범죄라는 점에 비춰 검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개연성도 있다. 피해자의 손가락 끝마디 10개가 모두 없었다는 점은 고문의 흔적인지, 신원 확인을 막기 위한 사후 장치였는지도 파악돼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문 확인을 어렵게 해 신원 파악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번 사건 역시 가족 DNA 확보에 일정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CCTV가 적지 않은 클럽 인근에서 피해자를 납치했다는 점은 범행의 대담성을 보이는 단초로 해석되기도 한다. 용의자들이 ‘마약을 잃어버렸다’고 피해자 모친에게 진술했다는 점은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근거다. 애초 피해자를 살려서 돌려보낼 생각이 있었는지 역시 경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또 용의자 3명이 친분이 있었는지, 태국 입국 시점이 언제였는지, ‘돈’ 이외의 범행 목적, 용의자들과 피해자와의 지인 관계 및 원한 관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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