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더 나은 경제, SDGs]

2024. 5. 14. 1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발표된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조사됐다. 2020년 3분기에 100.5%로 100%를 넘어선 뒤 3년 반 만에 90%대로 내려왔다. 금융당국이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긴축정책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우리나라는 함께 조사된 34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비교하면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벗어나진 못했다. 최근 일자리 부족과 심각한 고용난을 겪고 있는 중국도 7위에 올랐지만, 63.7%에 불과해 한국과 격차가 컸다. 고유가·고물가에 큰 영향을 받아온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역시 각각 71.8%(5위), 63.0%(8위), 53.2%(9위)로 상위권에 있었지만,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네번째)이 ‘제1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가계부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부채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다. 1분기 기준 GDP 대비 한국 비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23.0%에 달해 10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은 1분기 들어 직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고, 경상수지 역시 168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상반기 경제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국가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만, 가계경제 및 산업부채 지표는 반대로 움직이는 상황인데, 이는 실물경제 지표와 경제심리지수가 여전히 안 좋은 탓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11월 112.67에서 지난달 113.99로 6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CPI에 큰 영향을 주는 자가 주거비를 포함한 물가지수와 식품 물가지수 역시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지난해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6%인데 비해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은 2.5%에 불과했는데, 즉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1%포인트 넘게 뒤처지는 바람에 가계경제가 더욱 팍팍해진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각종 외부요인을 비롯한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및 이란) 전쟁으로 관련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주가지수는 크게 하락했었다. 또 미국 등 주요국의 장기적인 긴축정책으로 당분간 실물경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에 정부 역시 당분간은 고금리·긴축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신 이를 상쇄하기 위해 자본시장의 유동성 활성화와 대외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기조다. 근로소득에 자본소득을 더해 가계경제 여건을 향상시키고, 적극적인 대내외 투자환경을 조성해 기업 재무여건을 개선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각종 세제정책을 개편·추진 중이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의 반대로 실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요원한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1월부터 4월까지 물가의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2.5% 내로 관리해왔는데, 장바구니 물가와 우리가 식당에서 느끼는 외식 물가는 잘 잡히지 않고 있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를 잡는 데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곧바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공매도 중단 등 경제·금융 현안을 긴급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정부 경제부처가 가계경제 개선에 ‘올인’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가계부채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경제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80만원이었지만, 하위 20%는 117만원으로, 차이가 약 10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하위 20%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117만원인데 반해 지출은 147만원으로, 매월 적자를 보고 있는 구조다. 그렇다고 147만원의 지출 내용을 보면  여유가 있지 않았다. 지출 대부분은 최소한의 거주비와 생계비, 교통비, 식사비였다.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의 전략이 ‘가계경제 개선’에 방점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뼈아프게 다가온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