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1만 원도 부족하단 시대에, 밥값 2700원을 받는 직장인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5.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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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발단은 한 직장인이 "사무직 직원들이 나오기 전에 빌딩 청소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근무하는 빌딩까지 뛰어야 한다"며 "버스 첫 차 시간을 10~15분만 당겨주셔도 한결 낫겠다"라고 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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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오피스] (글 : 권남표 노무사)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4월 말 5월 초, 꽃이 만발하는 때 대학은 시험을 준비한다. 학업의 성취를 확인하려는 열망에 부응(?)한 대학교는 도서관을 밤늦게까지 개방한다. 평소 밤 10시면 끝이 나는 대학의 하루는 밤샘 모드로 전환해 하루 내내 사람이 떠나지 않는 공간이 된다. 하루 정도 씻지 않고 24시간을 넘기기 시작하면 꽤나 찝찝하고 씻고 싶어진다.

교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오고 간 강의실과 화장실, 복도, 쓰레기통 곳곳에 학생들이 느꼈을 압박감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남겨진다. 플라스틱 커피잔, 온갖 종류의 과자 부스러기와 과자 포장지, 휴지와 음료수 페트병, 머리카락, 흘린 음료 자국, 바닥에 죽어있는 벌레와 음식물, 연습장과 노트 등등. 그럼 이제 청소노동자들의 시간이 시작된다. 밤을 새운 학생들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대략 새벽 6시는 대학교에 청소노동자가 출현하는 시간이다. 해가 뜨기 전 대부분 고령인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학교에서 가까이 살면 걸어서, 멀리 살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가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통상 첫 차가 운행을 시작하는 시각은 5시 30분경이다. 2023년 1월 2일 새벽 만원 버스를 탄 한덕수 총리가 '총리의 새해 선물'이라며 첫 차 시간을 15분 앞당긴 지도 어느새 1년이 더 지났다. 발단은 한 직장인이 "사무직 직원들이 나오기 전에 빌딩 청소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근무하는 빌딩까지 뛰어야 한다"며 "버스 첫 차 시간을 10~15분만 당겨주셔도 한결 낫겠다"라고 했다는 거다.

'당겨달라'고 한 직장인은 청소노동자였고, 총리는 즉각 버스 시간을 15분 앞당겼다. 그런데 그의 삶이 나아졌을까? 란 질문에 한 총리는 응답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노동자는 사무직 직원들이 나오기 전에 맡은 구역의 청소를 마쳐야 한다. 이런 일을 한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정리를 끝낼 즈음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젊은 사무직 노동자의 출근으로 새벽에 출근한 고령의 직장인은 사라진다. "숨겨진 직장인"이라 칭해야 할 청소노동자는 회사가 지정해 준 휴게공간으로 숨어든다.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계약은 통상 하루 8시간 일하기로 정하고, 새벽 7시에 출근해 청소를 하기로 하지만, 강의를 시작하는 9시 이후에는 강의실을 청소할 수 없다. 학생들이 한 교실에 4~50명씩 빽빽하고, 한 층에 강의실이 1~20개씩 있으면 통행하는 학생의 수만 4~500명이다. 화장실과 복도에 학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서기 전에 정리를 마치지 못하면 청소를 못 한다.

어쩔 수 없이 청소노동자들은 월급으로 받기로 정한 7시보다 일찍 와서 청소를 시작한다. 빠르면 6시, 조금 늦으면 6시 반에 이미 출근해 있다. 마침 대학교에 있던 나는 한 청소노동자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고, 그녀는 "내 일 욕심 때문에 한다"며 "삭신이 쑤시는 건 좀 힘들어도 어쩔 수 없지. 파스 붙이면 되지"라며 "아무것도 아녀"라는 풍모를 풍기면서도, 그래도 밥 먹는 때는 좀 억울하다는 내색을 표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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