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일 잘하네” MZ들이 반한 마케팅 맛집

윤혜진 객원기자 2024. 5.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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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한 MZ세대를 사로잡으려면 홍보 마케팅을 하던 대로 해선 어림도 없다. 재미있거나 유익해야 반응이 온다.

빠른 피드백과 유머, SNS 마케팅의 정석
LG생활건강 온더바디 '발을씻자’

LG생활건강의 보디 케어 브랜드 온더바디의 풋 샴푸 '발을씻자’는 2018년 출시된 제품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SNS에서 발 세정은 물론 욕실과 주방 청소, 생리혈 제거, 심지어 해충도 퇴치했다는 자발적인 간증이 쏟아지면서 MZ세대라면 누구나 알 만큼 핫한 제품으로 떠올랐다. 기업에서 주도한 일반적인 바이럴 광고라면 제품에 대한 팬덤까지 형성되진 않을 텐데, '발을씻자’의 SNS 마케팅은 소비자의 자발적인 제품 실험과 홍보 삼매경에 브랜드가 숟가락을 센스 있게 얹은 것이 포인트다. 공식 SNS 계정의 빠르고 재치있는 피드백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현재 '발을씻자’ 공식 엑스(구 트위터) 계정은 LG생활건강 디지털마케팅 팀에서 운영한다. '발을씻자’ 디지털마케팅 담당자는 "다양한 간증이 올라오면서 정정해야 할 얘기도 있어 처음에는 회사에 크게 알리지 않고 공식 계정을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며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새로운 간증이 올라온다. '발을씻자’ '발씻’ '발을닦자’ '발각질’ '발냄새’에 이어 최근 '겨드랑이’ 키워드를 수시로 서치하고 리액션하는 모습을 소비자들이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들의 의견을 그냥 넘기지 않고 진정성 있게 반응하는 모습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고 있다. 화장품에 사용 가능한 성분들로 만들고 피부 자극 테스트를 완료한 제품이긴 하나 본래 용도 외 사용이 늘면서 정확한 피드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또 외부 협업 제품 판매나 웹 예능 '네고왕’ 및 올리브영 할인 행사 등을 앞두고 있으면 "지금 구매하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달라"거나 최대로 할인 받는 방법이 무엇인지 솔직히 오픈하는 모습 역시 호감을 사고 있다.

‘발을씻자’ 디지털마케팅 담당자는 "SNS에 올라온 겨드랑이나 '등드름’, 반려견용 '발을씻자’ 등 다양한 의견을 개발 부서에 전달하면 겨드랑이 사용을 묻는 게 맞는지, 진짜로 그런 VOC(고객의 소리)가 있는지 의심하며 두 번 이상 확인한다"면서 "연구소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로 체크해 답변을 주기 때문에 간단한 확인도 꽤 복잡한데, 늘 독특한 질문을 해 죄송한 마음도 있다. 본업인 발 세정 용도로만 사용해준다면 오래도록 소비자의 발을 지키는 브랜드로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행복한 고민을 들러줬다. 현재 LG생활건강은 소비자들의 요청이 줄 이은 반려견용 '발을씻자’ 개발에 들어갔으며, 리필용, 여행용, '발꿈치매끈하자’ 대용량 출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다.

홍보는 둘째, 재미에 진심인 편
삼성물산 패션 부문 유튜브 '알꽁티비’

회사원의 마음은 회사원이 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운영하는 유튜브 '알꽁티비’는 홍보 팀 직원들이 발로 뛰는 채널이다. '패션회사 직원들 이렇게 입고 출근해봄’ 12만 회, '패션회사 직원들은 입사 후 1년 동안 뭘 샀을까’ 8만5000회, '패션회사 남자 직원들의 왓츠인마이백’ 6만 회 등 직원만이 만들 수 있는 영상들이 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직원들이 직접 제품을 소개하다 보니 '찐 텐션’과 홍보 멘트 사이에서 티가 날 때 오히려 친근함이 살고 신뢰도가 올라간다.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 '샌드사운드’ '디애퍼처’ 편 영상에서 소개된 디애퍼처의 빈티지 맥 재킷, 플리츠스커트 등은 영상 공개 후 전주 대비 3배 이상 판매됐다.

금손 모여라 '크록스 아트 콘테스트’
크록스

풋웨어 브랜드 크록스는 지난 3월 11일부터 31일까지 SNS에서 '2024 크록스 아트 콘테스트’를 열었다. SNS에서 화제인 각종 밈에 크록스 제품을 연관 지어 일명 '크록스 밈’ 비주얼 아트를 제작하는 소비자 참여 이벤트다. 완성된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크록스 코리아 계정, 이벤트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응모가 되는 형태라 온라인 바이럴 광고로도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 4월 12일 발표한 당선작들을 보면 당장 광고 영상으로 사용해도 될 만큼 고퀄리티의 작품이 가득했다. 우승자 20명에게 주어진 혜택은 상금 100만 원(1명)과 크록스 3~5족, 지비츠 참, 당선 작품이 담긴 커스텀 티셔츠 등. 직접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맞춤 선물이다. 적어도 이 선물을 받은 20명은 크록스의 팬이 되지 않았을까.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늘려야 기업이 오래간다.

침대 회사가 광고와 팝업에서 침대를 뺐더니
시몬스

1992년 한국 법인이 만들어진 시몬스와 전통의 업계 1위 에이스침대는 뿌리가 같다. 에이스침대 창업주인 고(故) 안유수 회장이 2001년 장남 안성호 대표에게 에이스침대를, 2002년 차남 안정호 대표에게 시몬스를 각각 맡겼다. 최근 동생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에서 형님을 제쳤다. 시몬스가 지난해 매출 31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한 반면, 에이스침대는 매출 30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5% 감소했다. 이는 시몬스가 2019년부터 차별화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펼쳐온 덕분이다. 시몬스의 침대 없는 침대 광고와 이색 굿즈를 파는 팝업, 체험형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 등은 트렌디한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특히 업계 최초 ESG 침대인 '뷰티레스트 1925’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을 구매하면 소비자가격의 5%가 내년 완료되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 기금으로 기부되는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기부금은 4억 원을 넘는다. 이 밖에도 최근 직장인들이 퇴근 후 침대를 받을 수 있도록 이브닝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일부 지방 거점도시에서 실시한다.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는 1차원적 관점에서 나아가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지점을 공략하는 섬세한 마케팅이다. 시몬스 관계자는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은 매장에서 침대를 구매할 때보다 배송, 누군가 내 집에 들어와 설치하는 과정에서 더욱 극대화되는 만큼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팬 아니어도 보게 만드는 알찬 콘텐츠
한화이글스 유튜브 '이글스TV’

한화이글스의 유튜브 '이글스TV’는 프로 야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은 28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프로 스포츠단 최초로 유튜브 쇼핑 기능도 추가했다. 유튜브 채널 내 '스토어’ 탭에서 상품을 클릭하면 바로 한화이글스샵으로 연동돼 유니폼 및 구단 굿즈를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능적으로 잘 만들어놓았더라도 팬들이 영상을 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글스TV’의 강점은 꼭 한화이글스 팬이 아니어도 야구팬이라면 흥미를 느낄 만한 알찬 콘텐츠다. 경기 후 소식부터 기획력이 눈에 띄는 '오프 더 그라운드’ '광고주님을 기다립니다’ '아기독수리 시절 모아보기’ '서산에서 펼쳐지는 성장 스토리’ 등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오죽하면 팬들이 "‘이글스TV’ 제작 팀, 편집실에 갇혀 있으면 당근을 흔들어달라"고 농담 삼아 걱정할 정도. 활발한 유튜브 마케팅 덕분에 원래도 골수팬이 많은 인기 구단 중 하나인 한화이글스에 젊은 팬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사진제공 LG생활건강 사진출처 크록스 인스타그램, 시몬스 블로그, 이글스TV 알꽁티비 유튜브

윤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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