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움 처리하는 ‘뒷것’ 잘 갖춰야 사회 인프라도 빛나[기고]

2024. 5.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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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의 울림이 매우 크다.

도시의 화려함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비 후 발생하는 더러운 것들을 처리해주는 '뒷것'들이 충실하게 잘 갖춰져야 한다.

쓰레기 처리시설 설치지역 주변의 주민들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동체가 할 수 있는 보상과 위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절대적 혐오의 편견을 걷어내면 쓰레기 처리시설과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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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최근 S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의 울림이 매우 크다. 언론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 넘쳐난다. 김민기의 위대함은 항상 젊은 ‘앞것’을 내세우면서 ‘앞것’이 자랄 수 있는 ‘뒷것’의 역할을 수십 년 동안 묵묵히 헌신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앞것’의 화려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뒷것’의 뒷바라지가 있다.

인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 사회를 받쳐주는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수도가 있으면 더러운 구정물을 처리하는 하수도와 하수처리장이 있다. 물질의 소비 뒤에서는 남겨진 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해야 한다. 도시의 화려함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비 후 발생하는 더러운 것들을 처리해주는 ‘뒷것’들이 충실하게 잘 갖춰져야 한다. 집이 아무리 화려해도 화장실이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그런데 누구나 쓰레기를 버리지만 정작 쓰레기 처리시설을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다수 사람의 공통된 마음이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시설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기주의로 욕할 수는 없다. 쓰레기 처리시설 설치지역 주변의 주민들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동체가 할 수 있는 보상과 위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쓰레기 처리시설 운영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주민감시도 필요하다.

다만 쓰레기 처리시설에 대한 절대적인 불신과 혐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쓰레기가 타면서 나오는 검은 연기나 매연, 쓰레기가 썩으면서 나오는 악취와 구정물의 이미지로 쓰레기 처리시설을 상상하면 안 된다. 현대적인 쓰레기 소각시설과 매립시설은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통제하는 오염방지 시설을 갖추고 있고,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이 운영하는 처리시설 주변에 사는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도 하고 있지만 아직 우려할 만한 영향은 없다. 쓰레기 처리시설로 인한 환경영향은 절대적으로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일상이 파괴될 정도는 아니다. 현대적으로 잘 설계된 처리시설은 주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될 수도 있다.

기후위기와 자원고갈 위기에 대응하려면 쓰레기는 줄이고 최대한 재활용해야 한다. 전처리시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소각·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도 소각·매립되는 쓰레기를 제로로 만드는 방법은 아직 없다. 쓰레기 대란을 피하려면 소각·매립시설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절대적 혐오의 편견을 걷어내면 쓰레기 처리시설과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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