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산골'에 울려 퍼진 '궁중음악' 메아리!

김옥조 2024. 5.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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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권순 무형문화재 30호 여창가곡 이수자
'청산리벽계수야' 등 평시조·정가 선사
재일교포 3세 박순아 씨 '24현가야금' 독주
비파연주자 김주영 섬세하고 화려한 연주도

◇ 달 항아리 전시장서 전통 음악회

▲남도전통문화연구소는 지난 11일 전남보성군 문덕면 보성전통공예공방 갤러리 re에서 '달도 보고 님도 보고' 전시 개막 초청 공연을 열었다.

연초록 숲이 우거지는 녹음의 계절에 수준급 전통음악을 무대 없이 눈앞 가까이서 감상하는 이색적인 '산골 음악회'가 열려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남도전통문화연구소는 지난 11일 전남 보성군 문덕면 보성전통공예공방 2층 갤러리 re에서 달항아리 기획전 '달도 보고 님도 보고' 전시회 개막 초청공연을 열었습니다.

▲남도전통문화연구소가 오는 26일까지 개최하는 '달도 보고 님도 보고' 전시회 개막식에 전국 각지에서 달 항아리 애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특별 공연에는 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 강권순 명창을 비롯해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씨, 비파 연주자 김주영 씨 등이 차례로 청중 앞에 앉아 품격 있는 전통음악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이 자리는 달 항아리 전시장 내에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지근거리에 둘러 앉아 무대와 음향, 마이크 등 일반 공연장의 증폭장치 없이 실시간 공연과 연주를 진행해 '살아있는 음악회'의 참맛을 느끼게 했습니다.

▲한광석 남도전통문화연구소이사장이 '달도 보고 님도 보고' 전시회 개막 음악회에 참여한 국악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광석 남도전통문화연구소이사장은 "이번 음악회는 제2기 고쟁이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됐다"며 "틀에 박힌 공연장이 아닌 작고 소박한 실내 공간에서 전통음악과 악기 연주를 가까이서 보고 듣는 기회로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이사장은 이어 "어린 시절 동네마다 매부(농악) 치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 조상은 소리 감별을 참 잘했다"며 "서양음악이 좋다고만 알고 배웠는데 판소리와 국악이 좋은 음악인 줄을 어른이 돼서야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 댓바람 소리처럼 귀전을 치는 정가소리

▲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 이수자 강권순 명창이 시조창 '청산리벽계수야'를 정가음악으로 부르고 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 주로 불렀던 궁중음악으로 알려진 '정가(正歌)'의 명인 강권순 명창은 이날 공연에서 황진이의 시조 '청산리벽계수야'와 여창가곡 등을 차례로 들려주면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강 명창은 판소리와는 달리 말 하나 하나를 마치 입안에서 놀리듯 나오는 소리를 질러 뺐다가 다시 담고, 그리고는 올렸다가 내리며 가늘게 갈라내고, 길게 끌고 가며 끊고 잇고를 반복하는 독창적 창법으로 청중을 매료시켰습니다.

▲강권순 명창이 옛날 궁중에서 불렀던 여창가곡을 청중 앞에서 들려주고 있다.

이것은 흡사 대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처럼 귓전을 맴도는 소리 같아 관객들 모두가 정가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했습니다.

강권순 명창은 "정가라고 하면 옛날 궁중에서 귀족들이 향유한 노래로 알려져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가곡과 평시조를 읊는데 가곡은 남성 가곡과 여성 가곡이 구별되어 있고 시조는 남녀가 다 부를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비파 연주자 김주영 씨가 비파를 품어 안듯 연주에 심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파 연주자 김주영 씨는 가야금 연주곡으로 작곡된 작품과 중국에서 빠르게 속주로 연주하는 곡 등 기악곡 2곡을 잇따라 선보여 독특하고 아름다운 비파의 선율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연주하는 내내 비파를 안고 손가락으로 현을 퉁기고 당기며 소리를 내다가 때로는 울림통과 현을 두들기고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숨이 멎을 듯한 연주 솜씨를 뽐냈습니다.

김 씨는 "비파는 굉장히 오래된 악기로 3천 년 전에 중앙아시아에서 만들어 져서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과 한국, 일본 등에 전해졌다"며 "'비'는 안에서 밖으로 '파'는 밖에서 안으로 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 전통 악기의 진화와 교포 3세의 연주

▲가야국에서 유래한 전통악기 가야금과 중앙아시아에서 3천 년 전에 탄생한 악기 비파를 관람객들이 직접 보고 있다.

재일교포 3세로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음악성을 찾아보기 위해 가야금 연주를 시작했다는 박순아 씨는 원래 12줄인 전통 가야금을 좀 더 세분화하여 24줄로 현대화시킨 개량 가야금의 깊고 폭넓은 음색을 뽑아냈습니다.

연주곡 '연꽃이 필 때'와 친근한 민요 '도라지'를 연주한 박씨는 "가야금은 가야국에서 유래하며 왕이 우륵에게 우리의 악기를 만들라고 하여 탄생한 악기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씨가 24현으로 개량된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박 씨는 "우리 전통음악은 음양오행에 따라 5단계의 음으로 구성되었다"면서 "24현 가야금은 1970년대 북한에서 먼저 개량되었다가 1990년대에 한국에서도 개량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는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가야금을 맨 손으로 연주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당연히 그 음색과 감정이 달라 비교하여 듣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남도전통문화연구소가 오는 26일까지 개최하는 '달도 보고 님도 보고' 전시회에는 옻칠 달 항아리와 고쟁이 천연염색 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다.

한편 이날 음악회에는 광주광역시를 비롯 전남 보성과 순천, 나주, 서울, 대전 등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찾아와 즐거운 전통음악의 향연을 즐겼습니다.

가족과 함께 순천에서 관람하러 온 A씨는 "우연히 기사 검색을 하다가 알고 찾아 왔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증폭되지 않은 음악을 들으니 가슴에 쑥 들어온다"면서 "전통악기의 개량과 변천과정을 설명해줘 더욱 의미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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