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출 포도 ‘사전등록제’ 기대·우려 교차

김다정 기자 2024. 5. 14.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 5월 중순 안에 시행
농약 안전성 교육·검사받아야
안전성 강화 이미지 상승 예상
농가 “수출물량 공급과잉 걱정
수요에 맞출 수 있게 지도 필요”
김단비 농촌진흥청 연구사가 ‘대만 수출 포도 사전등록제’ 시행을 앞두고 포도농가를 대상으로 경북 김천에서 농약 안전성 교육을 하는 모습(왼쪽)과 대만 식품의약국 누리집에 게재된 한국산 포도. 대만에는 등록돼 있지 않은 ‘테트라닐리프롤’ 등이 검출된 게 문제로 지적됐다.

대만으로 수출하는 포도에 대한 이력 추적·관리가 강화된다. 이를 위해 수출 농가와 업체를 사전등록하는 제도가 이달 중으로 시행된다. 대만은 우리나라 포도의 최대 수입국이다. 수출 안전성 강화로 한국 포도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이 공존한다.

◆‘사전등록제’ 5월 내 시행 예고…도입 배경은=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안에 ‘대만 수출 포도 사전등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검토·조율 작업이 남아 있긴 하지만 최대한 빨리 시작한다는 게 정부와 관계기관의 입장이다.

사전등록제는 수출농가와 업체에 등록번호를 부여해 대만 수출 포도의 이력 추적·관리를 강화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앞으로 대만으로 포도를 수출하려는 농가와 영농조합법인·업체는 반드시 사전에 등록해 번호(ID)를 부여받고, 잔류 농약 안전성 교육과 사전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만 수출 배추 등에 사전등록제를 도입해 시행한 바 있다.

정부와 한국포도수출연합㈜ 등이 사전등록제 도입을 서두르는 건 최근 대만의 검역단계에서 우리 포도가 ‘안전성 위반’을 지적받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전성이 확인된 약제지만 대만에는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3년부터 현재(9일 기준)까지 대만에서 적발된 한국산 포도의 안전성 위반 사례는 총 23건, 96t에 달한다. 안전성 위반 사례가 자주 나오자 대만은 8월4일까지 한국산 수입 포도에 전수 검역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와 업계는 적발 사례가 이어지면 한국산 포도에 부정적인 인식이 덧입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대만에선 수입 농산물의 안전성 위반이 확인될 경우 생산자·업체 등에 정보를 식품의약국(FDA)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어 전파 속도가 빠르다.

◆농진청·지방자치단체·농협까지 나서 교육…현장에선 기대·혼란 함께=농진청과 포도수출연합, 포도 주산지 지자체 등은 4월30일부터 전국 5곳에서 1306명의 포도농가를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경북 영천 등 일부 주산지에선 농협이 직접 자체 교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만이 우리 포도의 최대 수입국으로 등극한 만큼 대만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2023년 포도 수출은 3376t으로 전년(2005t) 대비 68%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대만은 936t을 차지했다. 전년(165t) 대비 467% 성장한 수치다.

성영근 영천농협 조합장은 “한·중·일이 세계 시장에서 ‘샤인머스캣’ 포도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대만은 특히 반중 정서의 영향으로 한국 포도 선호도가 높아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사전등록제에 잘 대비해 고품질 한국산 포도를 널리 알릴 때”라고 말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혼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 주력 품종인 샤인머스캣 재배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생장조절제 등이 그 예다.

경남 거창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무핵화(씨 없는 포도 재배)를 위해서는 생장조절제 사용이 필수적인데, 관계기관에서 배포한 대만 수출 포도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 목록에는 생장조절제가 포함되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초기에 제대로 안내하지 않으면 농가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일부 생장조절제 사용은 불가능하지만 대체할 약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을 수정한 안내서를 새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전등록제 시행이 오히려 대만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지나치게 키워 ‘수요 없는 공급’을 부추길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우리나라 포도의 안전성이 좋아지면서 일본이나 중국 포도에 비해 현지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부풀어질 수 있다.

조성민 경북 상주 팔음산포도영농조합법인 회장은 “각국이 검역을 무역장벽으로 이용하며 허들을 높이는 만큼 포도를 수출하려면 재배 시작단계부터 수출 대상국을 정해놓고 관리해야 하는데, 대만으로 너무 공급이 몰리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수요에 맞춘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