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울리는 사전청약, 文 정부서 부활한지 2년 10개월 만에 폐지

신수지 기자 2024. 5. 1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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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청약 기약없이 미뤄져 당첨자들 피해
그래픽=양진경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도입한 공공 사전청약 제도가 2년 10개월 만에 폐지된다. 사전청약을 받을 때 약속했던 본청약 시기가 길게는 3년 이상 대거 뒤로 밀리며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4일 공공분양주택에 대한 사전청약을 더 이상 시행하지 않고, 향후 신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전청약은 주택 착공 이후 시행하는 본청약 보다 1~2년 앞서 분양하는 제도다. 이명박(MB) 정부 때인 2009년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됐으나 본청약까지 수년이 걸려 수요자들이 외면을 받아 폐기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를 묶고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2021년 7월 다시 부활시켰다. 현 정부 들어서도 총 4차례에 걸쳐 1만여 가구(LH 공공분양 기준)가 공급됐다.

문제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21년 7월~2022년 7월 사전청약을 시행한 단지들조차도 본청약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조성과 토지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전청약을 받다 보니 문화재나 발굴되거나 맹꽁이 같은 보호종이 발견되면 본청약이 기약 없이 늦어졌다. 경기 군포대야미 A2 블록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경우 지난 3월 본청약일을 2주 앞두고, 본청약이 3년 미뤄진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 특고압 전력선이 지나는 송전탑이 있는데, 송전 선로를 땅에 묻거나 다른 부지로 옮기는 공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이유였다.

사전청약이 도입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공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000가구 규모다. 이 중 13개 단지 6915가구만 본청약이 완료됐으며, 13개 단지 중에서도 사전청약 때 예고한 본청약 시기를 지킨 곳은 양주회천 A24 단지(825가구)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이런 과정에서 당첨자들이 이탈하면서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의 본청약 계약률은 54%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86개 단지 4만5000가구의 본청약 시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이들 단지의 본청약이 대거 밀릴 것으로 예상되자 국토부는 사전청약 제도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본청약이 미뤄지면서 공사비가 올라 분양가가 오르는 것도 사전청약 당첨자가 안게 되는 피해 중 하나다. 정부는 일단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한 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고쳐 사전청약 제도를 아예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해서는 주거 계획이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예컨대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장기 지연될 경우, LH는 본청약 계약체결 시 계약금을 10%에서 5%로 하향 조정하고 중도금 납부 횟수도 축소할 방침이다. 또 지연 사업 단지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LH는 그간 본청약 1~2개월 전에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지연 여부를 안내했으나, 앞으로는 지연 발생 시 예상 지연 기간 및 사유 등을 투명하고 빠르게 안내해 사전청약 당첨자가 이를 고려해 주거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 9~10월 본청약이 진행될 것으로 안내한 7개 단지 당첨자에게 이달 중 사업 추진 일정을 개별적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해당 단지는 남양주왕숙2 A1(762가구), 남양주왕숙2 A3(650가구), 과천주암 C1(884가구), 과천주암 C2(651가구), 하남교산 A2(1056가구), 구리갈매역세권 A1(1125가구), 남양주왕숙 B2(539가구) 등이다. 이들 단지는 본청약이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늦어질 예정이다. 올해 11월~내년 6월 본청약이 예정됐던 남양주왕숙 A1·A2 등 6개 단지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다음 달 중 지연 일정이 안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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