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부활시켰던 ‘희망고문’ 없앤다…툭하면 입주지연, 사전청약 34개월만에 폐지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bykj@mk.co.kr) 2024. 5. 14. 08: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고한 본청약 시기 지킨 건 단 1개 단지뿐
본청약 늦어지면 기다리는 동안 분양가 올라
경기도 고양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고양사업본부 홍보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청약 제도가 사라진다. 전 정부가 집값 급등기에 수요 분산을 목표로 지난 2021년 7월 해당 제도를 부활시킨 지 2년10개월 만이다.

그간 사전청약을 받을 때 약속했던 본청약 시기가 길게는 3년 넘게 뒤로 밀리면서 ‘희망고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제도 부활 후 예고한 본청약 시기를 지킨 아파트 단지는 단 1개 뿐이었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사전청약 제도를 더이상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전청약은 아파트 착공 때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1~2년 정도 앞당겨 받는 제도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됐지만 본청약까지 수년이 걸리면서 결국 폐지됐다.

입주가 3~4년 늦어지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고 입주까지 11년이 걸린 곳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사전청약 제도를 다시 도입하면서 지연 사태가 없게 하겠다고 했지만 본청약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지구 조성과 토지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청약을 받다 보니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맹꽁이 같은 보호종이 발견되면 본청약이 기약 없이 늦어졌다.

예로, 경기 군포대야미 A2 블록 신혼희망타운은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 특고압 전력선이 지나는 송전탑이 있어 송전 선로를 땅에 묻거나 다른 부지로 옮기는 공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2021년 10월 952가구를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진행할 당시엔 이를 몰라 본청약일을 불과 2주 앞둔 상황에서야 2027년 상반기로 본청약이 3년이나 미뤄진단 통보를 했다.

사전청약이 재도입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공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000가구로, 이중 13개 단지 6915가구만 본청약이 완료됐다. 13개 단지 중 사전청약 당시 예고한 본청약 시기를 지킨 곳은 양주회천 A24 단지(825가구)뿐이었다.

올해 22개 단지 1만2000가구 사전청약 없이 본청약 바로 진행
이 같은 상황에 당첨자들이 이탈하면서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의 본청약 계약률은 절반 수준인 54%에 그치고 있다.

86개 단지 4만5000가구의 본청약 시기가 올해부터 본격 다가오는 가운데 이들 단지의 본청약이 대거 밀릴 것으로 예상되자 국토부는 사전청약 제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토지국토공사(LH) 본청약 예정일이 한두 달 앞으로 임박해서야 지연 사실을 통보하면서 본청약에 맞춰 계약금과 중도금 등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우고 전월세 계획을 세웠던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사업 시기마저 밀려 확정 분양가가 사전청약 때 예고한 것보다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는 일단 신규 사전청약을 중단한 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고쳐 사전청약 제도를 아예 폐지할 계획이다.

이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지난 정부 때처럼 청약 수요가 높아져도 다시 사전청약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본청약 지연으로 사전청약 당첨자가 보는 피해가 커 이 제도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새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진행한다. 올해는 22개 단지, 1만2000가구가 본청약으로 공급된다.

앞서 국토부는 올해 공공분양주택 ‘뉴홈’ 1만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도 자체를 폐지하며 없던 일이 됐다.

국토부는 공공 사전청약 단지 99곳에 지구별로 LH 담당자를 배치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점검하고, 국토부·LH 간 협의체를 구성해 사업 기간 단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연된 사전청약, 계약금 비율 5%로 낮춰…지연사유도 최대한 일찍 안내키로
국토부는 이날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된 단지의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본청약 때 계약금 비율을 10%에서 5%로 낮춰 나머지는 잔금으로 납부하도록 하고, 중도금 납부 횟수는 2회에서 1회로 바꿨다. 또한, 본청약 지연 단지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LH는 사전청약 당첨자가 직접 거주하기를 원하는 주택을 구하면 LH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어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전세임대도 안내한다.

LH는 본청약 예고일 1∼2개월 전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본청약 지연 여부를 통보했지만 앞으로는 예상 지연 기간과 사유를 최대한 일찍 안내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9∼10월 본청약이 진행될 것으로 안내한 7개 단지 당첨자에게 이달 중 사업추진 일정을 개별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해당 단지는 ▲ 남양주왕숙2 A1(762가구) ▲ 남양주왕숙2 A3(650가구) ▲ 과천주암 C1(884가구) ▲ 과천주암 C2(651가구) ▲ 하남교산 A2(1056가구) ▲ 구리갈매역세권 A1(1125가구) ▲ 남양주왕숙 B2(539가구)다.

이들 단지는 본청약이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늦어진다.

올해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본청약이 예정됐던 남양주왕숙 A1·A2 등 6개 단지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다음 달 중 지연 일정이 안내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