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20만개 보냈는데 10만개 더 보내래요”…미국 정복한 K뷰티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4. 5. 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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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토 개척 나선 K중기
온라인 쇼핑·SNS 통해 젊은층 인기
작년 중기 화장품 수출 47% 늘어
대형 ODM 기업·중기 협력 시너지
한국콜마, 미국 본사 인수 급성장
코스맥스, 7월부터 캘리포니아 공략
미국 코스트코 매장에 진열된 쿤달 제품(가운데) [사진 = 더스킨팩토리]
지난 3월 2일 부산항. 샴푸와 트리트먼트 20만여개를 실은 20개의 컨테이너가 배에 실렸다. 이는 더스킨팩토리가 내놓은 한국의 헤어·보디케어 브랜드 쿤달의 제품이다. 쿤달의 샴푸와 트리트먼트는 4월 20일부터 미국 현지 대형 유통 채널인 코스트코 200개 지점에서 판매됐다.

노현준 더스킨팩토리 대표는 “현지 반응이 좋아 판매 2주만에 기존보다 물량을 1.5배 늘려 추가 발주를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는 많은 국내 기업이 미국 진출시 가장 먼저 염두에 두는 채널이다. ‘최고의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전략 하에 다른 경쟁 유통 채널에 비해 훨씬 적은 품목의 제품만을 판매한다. 그래서 코스트코에 ‘간택’된 제품들은 타 유통채널 진입이 쉽다. 하지만 그만큼 입점이 까다롭다.

코스트코 온라인 숍에서 먼저 판매를 해 본 후 반응이 좋으면 그제서야 일부 오프라인 일부 지점에서 제품을 판매하면서 ‘2차 시험’을 거친다. 이를 통과해야만 코스트코 전 지점에 입점이 확정된다.

노현준 대표는 “온라인을 거치지 않고 오프라인 입점을 하면서 2년간의 시간을 아꼈다”고 자평하며 “‘향기’에 초점을 둔 한국의 쿤달 제품이 기존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들에 비해 차별점이 있다는 판단을 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화장품과 뷰티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한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팝, 영화, 드라마 등과 함께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K팝 가수나 한국 배우들의 화장품을 따라 쓰고 싶은 10대·20대 미국 젊은 층을 바탕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던 K뷰티는 이제 제품력으로 입소문을 타며 미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K뷰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이 주요 대기업이 아닌 더스킨팩토리 등을 포함한 중소·중견기업이라 더욱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 말 발표한 ‘2023년 중소기업 수출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화장품 수출액은 54억 달러로, 전년대비 20.2%가 증가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중소기업 1위 수출 품목이 됐다. 특히 지난 한해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 화장품 수출액은 9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7.2%나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서 K뷰티는 ‘차별화된 제품’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기획편’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대중성 평가 점수가 미국 브랜드보다 낮았지만 차별성은 오히려 미국 브랜드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현준 대표 역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들은 대중적인 제품보다는 특정 소비자층을 타겟팅한 ‘롱테일 제품’으로 관심을 받는다”며 “쿤달의 경우에도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기존 대중 제품들이 세척·볼륨감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향기샴푸’라는 차별성으로 특정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이라 더 관심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서 K뷰티는 ‘차별화된 제품’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다. 지난해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기획편’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대중성 평가 점수가 미국 브랜드보다 낮았지만 차별성은 오히려 미국 브랜드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차별성이 부각된 K뷰티에 대한 인기는 지난 3월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로 방한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팀의 가족들이 서울의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것으로도 다시금 확인됐다. CJ계열사인 멀티뷰티브랜드숍 올리브영이 취급하는 브랜드 가운데 중소·인디브랜드 비중은 약 80%대에 달한다.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 누적 판매량이 500만개를 돌파했다. 달바의 ‘비건 워터풀 선크림’도 순한 성분과 촉촉한 사용감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얻었다.스킨케어 제형의 부드러운 사용감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킨1004의 선크림 역시 한국콜마와의 합작품이다.

지난 2월 미국 LA에서 열린 ‘Make up in LA’ 행사 내 콜마 부스. [사진 = 한국콜마]
국내 인디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인디브랜드같은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ODM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출시한다.

한국콜마는 2016년 10월 미국의 화장품 ODM업체인 프로세스테크놀러지앤드패키징(PTP)을 인수하며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022년에는 창립 32년만에 콜마 원조 기업인 미국콜마에서 ‘KOLMAR’ 글로벌 상표권을 사들여 콜마 브랜드의 주인이 됐다.

미국콜마는 콜마그룹의 모체로 1921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시작됐다. 상표권 인수로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콜마 브랜드를 활용해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인디브랜드의 성공과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 덕분에 한국콜마의 북미 실적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2021년 647억원이었던 콜마 북미시장 매출은 2023년 기준 839억원으로 30% 급증했다.

한국 콜마 미국 법인인 콜마USA의 조지 리베라 법인장은 “한국의 K뷰티는 2011년 미국에서 BB크림 제품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그 이후부터 미국 소비자들은 건강한 피부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의 문화적인 현상과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한류와 함께 관심이 더욱 높아졌고, 온라인 쇼핑몰과 SNS등이 인기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도 2013년 미국 법인 ‘코스맥스USA’를 설립하며 일찌감치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국내 연구소에 자외선차단기능성 OTC 제품 전담 조직 ‘OTC Lab’을 신설하는 등 미국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는 미국내 인디브랜드 고객사를 대거 확보해 올해 1분기 기준 단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조가 아닌 ODM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코스맥스는 “7월부터 서부 지역 인디브랜드 영업 확대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영업사무소 운영을 본격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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