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인생] 10시즌과 연봉 1억 목표 이룬 조상열

이재범 2024. 5. 1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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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지명 순위와 활약 기간은 보통 반비례한다. 지명 순위가 늦을수록 실낱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해 제대로 꽃도 못 피운다. 그렇다고 해도 뒤늦은 지명 순위를 딛고 주축으로 발돋움하거나 10시즌가량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은 원동력을 들어보자. 첫 번째는 10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조상열(189cm, G)이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2023년 12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드래프트 지명 순간
1라운드는 솔직히 안 뽑힐 줄 알고 있었다. 하필 우리 때 드래프트가 1월과 10월로 한 해 두 번 열렸다. 1월 드래프트 (참가하는) 선수들보다는 10월 드래프트 (참가하는) 선수들이 더 좋으니까 많이 안 뽑힌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1라운드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2라운드나 3라운드 (지명이 예상되는) 선수들한테는 엄청 부담이었다. 1라운드가 지나고 이때쯤 뽑히지 않을까 했는데 안 뽑혔다. 너무 떨렸다.
(이름이 불렸을 때) 제 이름이 아닌 줄 알고 좀 당황했다. 동부에서 (12순위로) 이동건을 뽑았었는데 그 때 단국대라고 한 거다. 그러다 한양대로 바뀌어서 그때부터 정신이 나가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나같이 비주류 대학이나 좀 간절한 선수들한테는 정신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웃음). 지금도 생각하면 얼떨떨하다.

군 복무 전 LG 시절
많이 힘들었다. 근데 다행이었던 게 그때 김진 감독님이랑 강양택 코치님, 정재훈 코치님이 운동 시스템을 너무 잘 만들어 주셨다. 아예 다 배제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훈련했다. 강양택 코치님께서 (훈련이) 끝나고 나서 나머지 선수들에게 막 뛰는 것만 시키는 게 아니라 기술적인 걸 많이 가르쳐 주셨다. 훈련 여건도 좋아 시간 날 때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에 운동을 기본적으로 했다.
강양택 코치님께서 슛을 많이 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번 쏠 때 무슨 상황인지 보고 쏴야 되고, 우리 팀의 패턴이 있으면 그 패턴에 맞춰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며 쏘라고 그러셨다. 지금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친구 기다리게 만든 개인훈련
경기를 졌는데 내가 생각보다 너무 못했을 때다. (여자친구를) 안 만났던 건 아니고 만약에 10시에 약속이면 ‘나 운동 1시간만 더 하고 나가도 되겠냐’고 해서 (체육관) 앞에서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운동했다. 다행히 운동하는 거에 대해서는 너무 배려를 많이 해줬다. 오래 사귀다가 헤어지는 했는데 그런 일화가 있다(웃음). 주위에서 많이 도와줬다. 만약에 내가 혼자 운동을 하고 있으면 누가 따라서 같이 운동하고, 아니면 트레이너 파트에서 볼도 잡아주고, 아니면 막내 코치님이신 정재훈 코치님도 볼을 잡아주셨다. 나 혼자만 노력해서 그랬던 건 아니다.

현역 군 복무 후 복귀
쉽지는 않았다. 진짜 또 미친듯이 운동했던 것 같다. 다행인 게 지금까지도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막 뛰고 운동하고, 형들 따라다니면서 훈련하고, 코치님도 ‘슛 좀 잡아달라’고 하며 많이 괴롭히고 그랬다. 솔직히 어린 선수가 코치님께 (슛을) 잡아달라고 하기에는 그 당시에는 쉬운 건 아니었다. 훈련하려고 하면 선수 둘이서 슈팅 쏘는 거랑 누가 패스 줘서 움직이면서 쏘는 거랑 훈련하는 강도와 집중이 다르다. 코치님들한테 많이 다가가고 도와달라고, 트레이너 파트에도 볼을 좀 잡아달라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이거는 누구나 다 하는 거다.

은퇴 위기 후 찾아온 연봉 100% 인상
KT로 이적할 때 제일 힘든 시기였다. 어떻게 보면 FA 때 무상 트레이드로 간 거다. 첫 번째 은퇴 위기가 딱 그때였다. 어느 팀에 가나 저 같은 선수들이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잘하는 시즌도 있지만 또 신인이 치고 들어오면 그 친구한테 기회가 갈 수밖에 없다. 그걸 많이 이겨내려고 해서 동료들하고 얘기도 많이 했다. 그때도 오프 시즌 동안 많이 치이고, 치이고, 치였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멘탈 관리는 했던 것 같다. 근데 다른 걸로 풀지 않고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가만히 있으면 잡생각이 더 많이 나기 때문이다.
(올해 연봉협상 할 때) 놀랐다(웃음). 상상도 못 해봤다. FA도 아니었다. 잘해봐야 지난 시즌에 6,500(만원)이었으니까 8,000(만원)에서 8,500(만원) 이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스공사가 제시한 1억 3000만원을 듣고) ‘예?’ 그랬다. 감독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네가 말도 많이 해주고 분위기도 많이 잘 잡아주고 벤치나 코트에 나가면 몸 사리지 않고 플레이를 한 걸 회사에서 좋게 봐준 게 아니겠냐? 네가 여태까지 고생한 거 회사에서 보상해줬다고 생각하고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고 다음 시즌에도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좋게 생각하라고 해가지고 그렇게 여긴다.

데뷔 초기 세웠던 목표
나 또한 지금 고참이 됐는데 10년(선수 생활)이란 제 목표는 채웠다. 원래 프로 오면서 ‘10년을 한 번 버텨보자, 연봉 1억을 한 번 찍어보고 은퇴하자’고 했는데 근데 이걸 이뤘으니까 다시 또 (목표가)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형들이 38~39살까지 선수 생활을 했으니까 ‘한 번 해볼까’라며 목표를 세웠다. 올해는 쉽지 않겠지만 만약에 이 팀에서 또 한 번 기회를 주신다면 주축은 아니더라도 밑에 있는 친구들과 잘 해서 좋은 팀에서 우승하고 하는 게 또 다른 목표다.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든 행복한 즐거움
첫 시즌 뛰고 두 번째 시즌 딱 그 때 내가 생각해도 제일 잘했던 것 같다(웃음). 몸도 제일 건강했고, ‘열심히 하자, 몸 부딪히자’ 그러면서 했던 시즌이었다. 정말 팀도 좋았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많아서 그때를 많이 생각했다. ‘행복한 즐거움, 이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졌다. 경기를 뛸 때 행복한 이런 감정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거 하나 때문에 진짜 버틴 것 같다. 군대 안에 있으면서도 막군을 가서 너무 힘드니까 ‘안 돼. 그만할까?’ 고민을 했다. 거기서도 ‘팬들 앞에서 진짜 멋있게 한 번 뛰고 은퇴하자’라는 마음이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
내가 제일 노력 많이 했다고 생각을 안 한다. 나보다 진짜 더 많이 노력했는데 그 1~2번의 기회를 잡지 못해서, 그 기회가 안 와서 안 됐던 친구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기회도 안 오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한 번의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 ‘안 되겠지만 해야지’라는 것보다는 ‘난 잘 될 거야, 난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면 운동할 때 자신의 멘탈 관리도 도움이 될 거다. 혼자만 끙끙 앓지 말고 의견도 많이 나누며 상의도 많이 하는 게 좋다.

BONUS ONE SHOT
조상열은?
2012년 1월 드래프트에서 전체 16순위에 지명되어 LG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 KT로 이적한 뒤 2021년 한국가스공사로 옮겼으며 현재 10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배병준은 “외박을 받아도 개인 운동을 했었다. 체육관에 나가면 항상 있었다”고 했다. 정준원은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항상 기회를 주면 기회를 살렸던 선수였다. 성실함과 절실함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연봉협상에서 100% 인상된 1억 3000만원으로 첫 억대 보수 계약을 맺었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정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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