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원전에 찬성하는 과학자라고? [기자의 추천 책]

이오성 기자 2024. 5. 1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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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과 주장이 부딪치는 세상에서 믿을 건 숫자뿐이라지만, 그 또한 믿을 게 못 된다.

그가 원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과학자라는 것이다.

1950년대 이래 원전은 빠르게 확산했지만, 치명적인 사고가 세 번 일어났다.

그는 "서구인들은 원전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원전을 확대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원전 비중의 하락을 역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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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주장과 주장이 부딪치는 세상에서 믿을 건 숫자뿐이라지만, 그 또한 믿을 게 못 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숫자가 다르고, 보수와 진보의 숫자가 다르다. 이를 보고 있자면, 누군가 논쟁적인 데이터를 완벽하게 검증해 ‘이것이 팩트다’라고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체코 출신 캐나다 과학자인 바츨라프 스밀은 그런 위상에 가까운 인물이다. 통계분석의 대가인 그는 식량, 인구, 환경, 에너지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인류 문명사를 통찰하는 연구를 해왔다. 국내에서는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에 실린 에피소드 71개는 우리의 통념을 깨뜨린다. 이를테면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시기는 1880년대였다. 전기 및 내연기관뿐 아니라 볼펜, 자전거, 코카콜라 등이 등장했다. 채소를 적게 먹고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지중해식 식사법은 종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총중량은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장치보다 180배 크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7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바츨라프 스밀은 주로 원전 논쟁이 벌어질 때 소환된다. 그가 원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과학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주장은 오독이거나, 아예 그의 책을 읽지 않은 결과다. 그는 핵에너지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 한층 개량된 원자로 설계와 핵폐기물 저장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전제로 한다.

이 책에서 스밀은 원전을 ‘성공적인 실패(successful failure)’라고 규정한다. 1950년대 이래 원전은 빠르게 확산했지만, 치명적인 사고가 세 번 일어났다. 이후 건설비용이 급증했고, 핵폐기물 처리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서구인들은 원전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원전을 확대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원전 비중의 하락을 역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썼다.

이 책의 원제는 ‘넘버스 돈트 라이(Numbers Don't Lie)’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숫자를 이용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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