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전락"···사전청약제도 34개월 만에 폐지 수순
일정 미뤄지면서 분양가 등 주거계획도 차질
"수요 분산보다 당첨자 피해 커 제도 폐지"
'무용론'이 거세던 공공주택의 사전청약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다. 지구조성사업이 늦어져 본청약 일정이 지연되면서 분양가 괴리가 커지고 입주 일정이 늦어지는 등 청약 당첨자들에게 ‘희망 고문’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미 사전청약을 진행한 99개 단지(5만 2000가구)에 대해서도 본청약이 장기 지연될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 비율을 조정하고 한국주택토지공사(LH)의 전세임대제도를 통해 주거방안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
국토교통부와 LH는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하고,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청약 시행단지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전청약제도는 공공분양주택의 조기 공급을 위해 주택 착공 이후 시행하는 본청약보다 앞서 시행하는 제도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던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장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사전청약 이후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 발견, 기반시설 설치 지연 등 장애 요소가 발생해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군포대야미 A2(신혼희망타운)다. 이달 15일 본청약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한전과의 송전선로 협의가 불발되면서 갑작스럽게 2027년 상반기로 일정이 밀렸다.
이밖에 오는 9~10월 본청약 예정이던 △남양주왕숙2 A1, A3(1412가구) △과천주암 C1, C2(1535가구) △하남교산 A2(1056가구) △구리갈매역세권 A1(1125가구) △남양주왕숙 B2(539가구) △수방사군부지(255가구) 등도 연내 본청약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부는 최대 2년까지 사업이 지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차례에 걸쳐 1만 가구의 사전청약을 진행한 '뉴홈' 역시 본청약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3기 신도시 중 속도가 가장 빠른 인천계양 A2, A3구역은 당초 예정됐던 일정보다 11개월 늦어진 올해 9월 본청약을 진행한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 시기가 미뤄지면 주거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부담은 분양가 상승이다. 사전청약시 추정분양가를 제시하고 본청약 시점에 분양가를 재산정하는 만큼 기간이 늦어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이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2021년 사전청약 받았던 단지들의 본청약이 올해 9월부터 본격화되면서 사업 지연 등 문제점들이 대거 발견됐다"며 "수요 분산 효과보다 당첨자들의 피해가 크다고 판단해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우선 사전청약 단지 중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장기 지연되는 경우 계약금 비율을 일부 조정해 추후 잔금으로 납부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중도금 납부 횟수도 축소하고 지연 사업 단지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LH는 신혼가구 등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인근에 위치한 전세임대를 추천, 지원한다. 박병호 LH 사전청약팀장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임차인의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라며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본청약 지연을 고지할 때 LH전세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전청약 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청약 일정도 뒤로 밀리게 됐다. 국토부는 당장 올해 추진하려던 1만 가구의 사전청약 계획을 철회하고 추후 본청약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진행되는 1만 2000가구의 본청약은 이미 기존에 사전청약을 진행했던 단지들이다. 이 단장은 "물량 위주로 사전청약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본청약은 지구 조성이 끝나고 주택 착공이 들어가는 시점에 진행하는 만큼 2년 6개월이면 주택이 완공돼 사업적 리스크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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