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비공으로..야구 떠나 자동차 선택한 ‘왕년 홈런왕’ 데이비스[슬로우볼]

안형준 2024. 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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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왕년 홈런왕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USA 투데이 밥 나이팅게일은 5월 12일(현지시간) 크리스 데이비스가 현역에서 은퇴했다고 전했다. 왕년의 홈런왕은 이제 자동차 정비공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1987년생으로 아직 36세지만 데이비스의 은퇴는 놀랍지 않다. 지난 2021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벗어난 데이비스는 2022시즌이 끝난 뒤에는 그라운드에도 다시 서지 않았다. 지난해 야구를 떠나 1년을 보낸 데이비스는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데이비스는 리그를 지배하는 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빅리그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긴 거포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9시즌 동안 980경기에 출전했고 .242/.314/.491 221홈런 590타점을 기록했다.

캘리포니아 태생인 데이비스는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 고교 신인으로 참가해 워싱턴 내셔널스에 29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계약 대신 캘리포니아 주립대 진학을 선택한 데이비스는 3년 뒤 다시 참가한 드래프트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 7라운드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마이너리거 시절에는 대단한 거포는 아니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442경기에서 .285/.388/.514 79홈런 281타점 41도루, 227볼넷 371삼진을 기록한 데이비스는 준수한 정교함과 장타력, 좋은 선구안을 가진 만능형 타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빅리그 무대에 오른 데이비스는 달라졌다. 2013년 데뷔해 빅리그 56경기에 나선 데이비스는 .279/.353/.596 11홈런 27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마이너리그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첫 풀타임 시즌이던 2014년 144경기에서 .244/.299/.457 22홈런 69타점을 기록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교함은 아쉽고 삼진은 많지만 한 방을 가진 타자로 변해갔다. 데이비스는 2015년까지 3년 동안 밀워키에서 321경기 .250/.315/.494 60홈런 162타점을 기록했다.

데이비스는 2016시즌을 앞두고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데이비스는 외야수로서 수비력이 아쉬웠고 당시 내셔널리그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었다. 밀워키는 데이비스를 오클랜드로 보내고 포수 기대주인 제이콥 노팅엄을 영입했다. 내셔널리그를 떠나 아메리칸리그로 둥지를 옮긴 데이비스는 그야말로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다.

데이비스는 이적 첫 해 150경기에 출전해 .247/.307/.524 42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40홈런, 100타점을 달성했다. 2017시즌 153경기에서 .247/.336/.528 43홈런 110타점을 기록해 2년 연속 40홈런-100타점 고지를 밟았고 MVP 투표에서도 득표해 22위에 올랐다. 그리고 2018년 151경기에서 .247/.326/.549 48홈런 123타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에 올랐다. 3년 연속 4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데이비스는 2018년에는 MVP 투표에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의 타자로 누린 최전성기였다. 3년 연속 40홈런, 100타점, 그리고 타율 0.247을 기록한 데이비스는 2016-2018시즌 3년 동안 454경기에서 .247/.323/.534 133홈런 335타점(174볼넷 536삼진)을 기록했다. 해당기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바로 데이비스였다. 지안카를로 스탠튼(124HR), 넬슨 크루즈(119HR), 놀란 아레나도(116HR), 에드윈 엔카나시온(112HR), J.D. 데이비스(110HR) 등도 데이비스에 미치지 못했다.

데이비스의 최고 3년을 지켜본 오클랜드는 2019년 초 데이비스와 연장계약을 맺었다. 2년 3,350만 달러 규모. 대형 계약은 아니었지만 스몰마켓 구단으로 투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오클랜드가 이례적으로 체결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데이비스의 전성기는 2018시즌을 마지막으로 끝났고 오클랜드의 투자는 결국 실패했다. 2018년 30세 시즌을 마친 데이비스는 2019시즌부터 빠르게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19시즌 133경기 .220/.293/.387 23홈런 73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단축시즌에는 30경기에서 .200/.303/.329 2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2021시즌에 앞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 된 데이비스는 부진한 뒤 6월 방출됐고 오클랜드로 돌아와 시즌을 마쳤다. 2021시즌 기록한 성적은 42경기 .206/.272/.363 3홈런 10타점이었다.

2021시즌 종료 후 FA가 된 데이비스는 이후 빅리그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독립리그, 멕시칸 리그에서 2022시즌을 보냈고 2022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나이팅게일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야구에서는 더이상 기회가 없었다. 나는 아직 젊고 집에 앉아만 있고 싶지는 않았다. 야구 밖에서 할 일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데이비스가 그라운드 밖에서 찾은 일은 바로 자동차. 원래 자동차를 좋아했던 데이비스는 지난 1년 동안 애리조나의 교육 시설에서 정비공 일을 배우며 보냈다.

데이비스는 일주일에 5일씩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자동차 정비공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총 15명으로 시작한 교육 과정은 단 4명만 수료했다. 데이비스도 그 중 하나였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일을 배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데이비스는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웠다. 데이비스는 "난 타이어를 교체하는 법도 몰랐다. 당연히 뒤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같이 배운 친구들은 거의 5살 때부터 자동차와 함께 지내온 19-20살짜리 아이들이었다. 난 마치 계속 젊게 지내고 싶어서 젊은이들 주위를 맴도는 노인 같았다"며 "너무 어려서 술도 마시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13살 때 영화 '분노의 질주'를 보고 차에 빠져들었던 만큼 마치 낙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교육 과정을 모두 수료한 데이비스는 이제 판매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리그 역사에 남을 '전설'이 되지는 못했지만 홈런왕으로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자동차와 함께 정비공으로서 제 2의 인생에 도전한다.(자료사진=크리스 데이비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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