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론소의 레버쿠젠, 미첼의 지로나, 모타의 볼로냐 [UCL 와치]

김재민 2024. 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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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 알론소 감독
미첼 산체스 감독
티아고 모타 감독

[뉴스엔 김재민 기자]

2023-2024시즌 유럽 축구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돌풍의 팀'이 시즌 막판까지 기세를 이어간 끝에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한 팀이 유럽 4대 리그에 각각 하나씩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스톤 빌라가 4위로 시즌을 마칠 것이 유력하다. 다만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이미 발렌시아, 세비야, 파리 생제르맹, 아스널, 비야레알 등을 이끌며 여러 트로피를 들어 올린 베테랑 감독이고, 지난 시즌 에메리 감독이 중도 부임한 후 성적이 수직 상승한 빌라가 최종 7위에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빅리그에서 일어난 돌풍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빅리그 감독 경력이 만 2년도 안 되는 사비 알론소 감독이 바이어 레버쿠젠을 이끌고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DFB 포칼, 유로파리그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유럽 축구 역대 최다 경기 무패(50경기) 신기록까지 달성했다. 리그 최종전과 포칼 결승, 유로파리그 결승 3경기를 남겨둔 레버쿠젠은 유럽 축구 사상 최초로 시즌 무패 '트레블'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도 있다.

지난 시즌 강등권까지 추락했던 레버쿠젠에 중도 부임한 알론소 감독은 팀을 빠르게 다잡아 2022-2023시즌을 6위로 마치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시즌 11년 연속 리그 우승을 달리던 뮌헨의 독주를 끊어내는 위업을 달성하며 유럽 축구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명장으로 발돋움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지난 시즌 10위 팀이었던 지로나가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잔여 경기와 관계 없이 최소 4위를 확보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이 1부리그 10위였던 지로나는 이미 신기록을 달성했다.

그야말로 '무명의 반란'이다. 미첼 산체스 감독은 지난 2017년 라요 바예카노 감독을 시작으로 우에스카, 지로나까지, 매번 스페인 라리가2(2부) 팀을 맡아 '승격 전문가' 이상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던 지도자다.

지로나의 주축 선수 역시 아르템 도우비크, 빅토르 치한코우, 사비우처럼 빅리그 경력이 전무하거나 파울로 가자니가, 알레익스 가르시아, 이반 마르틴 등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던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는 볼로냐가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달성했다. 유럽 클럽 대항전을 통틀어도 21세기 첫 유럽 대회 진출이다.

선수 시절 FC 바르셀로나, 인터밀란, 파리 생제르맹 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티아고 모타 감독은 자신의 3번째 팀이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2015년 세리에 A 재승격 이후 10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던 볼로냐는 지난 시즌 모타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리그 9위를 기록했고, 모타 감독의 2년 차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대업까지 이뤘다.

세 팀 모두 전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꼭 수비적인 실리 축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 레버쿠젠은 평균 볼 점유율 59.3%(1위), 패스 성공률 88.7%(2위), 지로나는 패스 성공률 55.3%(4위), 패스 성공률 87.4%(3위), 볼로냐는 패스 성공률 56%(2위), 패스 성공률 86.3%(4위)를 기록 중이다. 능동적인 패스 축구를 구사하며 성적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전통적인 포지션 개념을 파괴하는 현란한 스위칭도 세 팀의 공통점이다. 공격 상황에서 선수들의 포지셔닝을 보면 이 팀의 기존 포메이션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알론소 감독의 레버쿠젠이 센터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수비형 미드필더의 공간 커버로 후방 숫자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팀이라면, 산체스 감독의 지로나는 스리백과 포백을 넘나들며 공격형 인버티드 윙백이 때로는 중앙 미드필더, 때로는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인다. 모타 감독은 센터백을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전진시켜 빌드업 루트를 다양화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들이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다음 시즌에도 성공을 이어갈지도 주목된다. '돌풍의 팀'이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다음 시즌에 곤두박질치는 사례는 흔하다. 2015-2016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한 레스터 시티(잉글랜드)는 다음 시즌 12위까지 내려앉았다. 비야레알(스페인), 삼프도리아(이탈리아)는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던 시즌에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참사를 당하기도 했다.

빅클럽의 관심을 받는 핵심 선수들을 최대한 지키고 유럽 대회를 병행할 수 있도록 선수단을 양적으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령탑도 사수해야 한다. 알론소 감독은 레버쿠젠 잔류를 천명했지만, 볼로냐는 모타 감독과의 계약기간이 이번 시즌으로 종료된다.

뉴스엔 김재민 jm@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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