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등 '대권 잠룡'들에 '당권 2년' 열어줘?..황우여 비대위의 고심

정경훈 기자 2024. 5. 14. 05: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본격 들어간 비상대책위원회가 당헌상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바꿀지 주목된다. 당 대표 등이 대선 1년 반 전에 사퇴토록 한 규정이 완화되면 여당에서 대권·당권 주자로 동시에 거론되는 인물이 당 대표 조기 사퇴의 부담을 덜고 당 대표직에 도전할 수 있다.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거대 야권' 경쟁자를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정치적 체급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여당 내에서 '대권 주자의 당 장악'을 경계하는 시선이 많은 만큼 룰(규칙) 개정 권한이 있는 비대위는 신중한 검토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우여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비대위는 전날 상임전국위원회를 거쳐 공식 출범했다. 비대위의 주요 역할은 오는 7~8월 당 대표 선거가 치러지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비대위가 당권 주자들의 출마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변경할지에도 눈길이 간다.

황 비대위원장은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해당 규정을 개정하자는 요구에 대해 "20년 된 전통이어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전날 머니투데이 더 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비대위원들, 당원들 의견을 수렴해본 뒤 규정 개정 여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국민의힘 당헌 제71조 제2항이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당 대표직 포함)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규정은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목적 등으로 2003년 도입됐다. 당을 장악한 대표가 곧바로 대선에 나오면 다른 대선 주자들 입장에서 불공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선 1년 6개월 전 대표직을 내려놓게 만듦으로써 차기 대권 주자가 당권에 도전할 유인을 축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단골 논쟁 소재로 등장했다. 당 대표직이 대선 후보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해서다. 이를테면 2016년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오세훈·김문수 등이 낙선하면서 경쟁력 갖춘 대선 주자를 만들기 위해 당권·대권 분리 규정의 '1년 6개월'을 '6개월'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여권에서는 대권과 당권 주자 다수가 겹치는 상황이다. 안철수·나경원·윤상현·김태호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대권·당권 주자로 동시에 거론된다. 이에 모든 주자가 경쟁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당권·대권 분리 규정상 기간을 1년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행 당헌에 따르면 2027년 3월로 예정된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주자는 당 대표가 되더라도 내년 9월까지는 사퇴해야 한다. 당헌상 2년인 당 대표 임기를 약 절반만 수행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에도 관여할 수 없다. 대내외로 존재감을 드러낼 기간이 짧은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당 대표가 대선 1년 전 사퇴하면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우 다음 지방선거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여당 초선 당선인·낙선인 등의 공부 모임인 '첫목회'의 이재영 간사는 머니투데이 더 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현재는 모든 대선 주자들이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당이 주자 간 선의 경쟁을 유도하고 그런 모습을 국민에게도 보여주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의 당 장악이 문제라면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꾸리면 될 것"이라고 했다.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현재 체제와 달리 통합으로 선거를 치르는 체제다. 1위가 당 대표를 맡고 2위가 수석최고위원, 3~5등이 최고위원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권 주자의 당권 도전은 '양날의 검'"이라며 "현행 규정을 1년으로 변경해 대권 주자가 당권에 도전할 길이 열려도 이후 대표직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 대선 주자로서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당직자 A씨는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를 위해 어렵게 만들어 20년 넘게 유지해 온 당헌을 지켜야 한다"며 "당 대표를 했던 대선 후보나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는 것은 일사불란해 보일지 몰라도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2011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낼 때 당시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논의한 뒤 고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헌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찬·반 의견을 두루 살필 것으로 보인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