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농구 소년의 '인생 덩크'…한해 매출 70억+α 쐈다

[웹툰 작가 소개합니다]네이버웹툰 '가비지타임' 2사장

[편집자주] [편집자주] 농구 웹툰을 그린 작가는 농구를 잘할까? 스릴러 장르 웹툰을 그린 작가는 평소에도 무서울까? 온갖 드립이 난무하는 웹툰을 그린 작가는 실제 재밌는 사람일까? 수많은 독자를 울고 울리는 웹툰. 그 너머에 있는 작가들을 만나 어떤 사람인지 물었습니다. 대한민국 웹툰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웹툰 '가비지타임'의 작가 2사장(필명)이 머니투데이와 단독인터뷰에서 엄지를 올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정현 기자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에선 축구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 군대에서도 농구만 하던 청년이 2023년 한 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린 웹툰 작가가 됐다. 농구를 주제로 운동하고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의 청춘을 그린 웹툰 가비지타임의 작가 '2사장(필명)'의 이야기다. 2017년 네이버웹툰 최강자전 8강 출신인 2사장은 2019년 3월 가비지타임 연재를 시작해 지난 1월 완결했다.

그는 지난해 작품 연재 이외 부가수익으로만 70억원 이상을 거뒀다. 단행본부터 성우를 기용해 만든 오디오 웹툰,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이모티콘, 삼성전자와 협업으로 만든 갤럭시Z 플립5 가비지타임 에디션까지 진행한 결과다. 한국프로농구 KBL과 협업해 연맹 캐릭터 공아지를 활용한 상품도 만들었다.

처음부터 인기를 얻었던 건 아니다. 2사장은 초기 연재 중단을 고민할 정도로 가비지타임이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연재 중 슬램덩크 극장판이 개봉되는 등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작품도 입소문을 타 많은 팬이 생겼다. 가비지타임의 IP(지식재산) 비즈니스 성공 비결로 이 같은 팬심이 꼽힌다. 현재 2사장의 네이버 팬카페 회원은 약 4만2000명에 달한다.

"가비지타임을 연재할 때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주 6일 정도 일했습니다. 한 회당 70컷 정도인데 학교 후배 한명의 도움을 받아 늘 시간에 쫓기며 열심히 그렸습니다." 연재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일종의 책임감이었다. 잠시 쉴 때도 '너무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대학 생활을 했던 세종시 조치원읍에 작업실을 구하고 웹툰 연재에만 전념했다. 연재 전 양재천 공원에서 열심히 즐기던 농구도 손가락 부상을 우려해 그만뒀다.

웹툰 '가비지타임' 팝업스토어 홍보 포스터/사진제공=네이버웹툰

고등학생 때 입시 미술 학원을 2년 정도 다녔다는 2사장은 홍익대 세종캠퍼스에 자율전공으로 들어가면서 미술을 배울 수 있었다. 진로 결정에는 집안 영향이 컸다. 2사장의 어머니가 회화를 전공했고 아버지가 CF 쪽에서 일했다. 누나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처음부터 웹툰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졸업 후 일을 고민하던 중 가장 빨리 개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웹툰을 하기로 했죠. 물론 당시 웹툰이 대세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2017년 네이버웹툰 최강자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2사장은 2019년 3월 본격 데뷔해 가비지타임 연재를 시작했다. 그는 "남들이 안하는 장르 중에 좋아하는 농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가비지타임의 인기 요인으로는 각 캐릭터의 매력을 지목했다. 2사장은 "캐릭터마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하나씩 만들어주는 데 집중했다"며 "캐릭터별 특징을 최소 하나씩은 잡은 게 독자들에게 재미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2사장은 한국 농구와 스포츠 웹툰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가비지타임 연재 이후 스포츠 웹툰은 총 7개로 늘었다.

연재를 끝낸 2사장은 최근 직장인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준비 중이다. 중학생 때부터 기타를 연습했다. 그는 "농구는 두 번째 취미이고 첫 번째 취미가 기타"라며 "내년 1월쯤 시작할 다음 연재는 밴드 생활이 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