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상폐가 낫겠다"…주식에 묶인 돈 11조, 개미들 희망고문

김창현 기자 2024. 5. 1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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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을 이유로 거래 정지된 종목에 묶인 투자자의 돈이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한 채 거래소로부터 개선 기간만 유예받아 4년 가까이 투자자를 상대로 희망고문을 하는 좀비기업도 있다.

거래소로부터 거래 정지 처분을 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장사가 대부분이지만 장기간 거래가 재개되지 않아 투자자의 애를 태우는 종목도 십여 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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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정지 종목 리스트/그래픽=윤선정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을 이유로 거래 정지된 종목에 묶인 투자자의 돈이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한 채 거래소로부터 개선 기간만 유예받아 4년 가까이 투자자를 상대로 희망고문을 하는 좀비기업도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아 증시에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지수증권(ETN)을 제외하고 △상장폐지 사유발생 △감사의견거절 등의 사유로 증시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장사는 총 103개다. 이중 83개가 코스닥 상장사, 19개는 코스피 상장사다. 거래 정지된 종목의 시가총액을 전부 합하면 11조2320억원으로 코스피 일평균거래대금에 맞먹는다.

거래소로부터 거래 정지 처분을 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장사가 대부분이지만 장기간 거래가 재개되지 않아 투자자의 애를 태우는 종목도 십여 곳에 달한다.

가장 오랫동안 거래 정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종목은 코스닥 상장사인 이큐셀(구 에스엔텍비엠)로 4년 2개월째 거래 정지 중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공정 장비 개발 사업을 영위하던 이큐셀은 2020년 3월20일부터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며 거래가 정지됐다. 이큐셀의 시가총액은 1069억원으로 1000억원 넘는 투자자의 돈이 4년 넘게 오가지 못하고 증시에 묶인 셈이다.

반도체와 모바일 산업에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PCB) 장비를 제조하는 파나케이아(구 슈펙스비앤피)는 2020년 9월7일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폐지는 면했으나 계속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 9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이외에도 만 3년 넘는 기간 동안 거래 정지된 상장사는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2020년 3월23일), 주성코퍼레이션(2020년 3월30일), 피엔티엠에스(2020년 12월15일), 녹원씨엔아이(2021년 3월11일), 일월지엠엘(2021년 3월17일), 좋은사람들(2021년 3월22일), ITX-AI(2021년 3월26일), MIT(2021년 3월30일), 청호ICT(2021년 3월30일), 엔지스테크널러지(2021년 4월7일) 등이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총합은 1조3091억원이다.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진 건 상장폐지 심사 요건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외부감사에서 부적정 감사 의견을 받으면 원스트라이크아웃으로 상장폐지 됐으나, 억울한 상장폐지를 막는다는 이유로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거래 정지 기간이 길어지진 탓에 투자자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투자자 A씨는 "수년째 한 회사에 돈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차라리 상장폐지 결정을 내려 주주들에게 정리매매 기회라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장 폐지가 기업은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인만큼 개선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절차지만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이 장기간 거래가 정지되는 경우 투자자금이 묶이는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장폐지 심사 기간이 줄어들 경우 증시에서 효율성이 커질 뿐 아니라 주주 권리도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효율적인 자원배분이라는 점에서 시장 퇴출 절차가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퇴출당한 기업의 재상장의 유연성을 키워주면 소액주주도 일정 부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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