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여갑순·강초현처럼 고교생 신화를”

이제훈 2024. 5. 1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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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공기소총에서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2명의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에서 반효진(17·대구체고 2년)이 쟁쟁한 선배들을 꺾고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반효진은 쟁쟁한 선배인 권은지 등을 물리치고 국가대표가 된 것에 대해 "점수가 연습 때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좀더 높게 나왔는데 덤덤하게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며 "선수촌은 새로운 환경인 만큼 잘 적응해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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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여고생 총잡이 공기소총 국가대표 반효진
반효진이 지난 3월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참가 선수 38명 중 유일한 고교생인 반효진은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다. 대한사격연맹 제공

●사격 고작 3년… 선발전 1위 ‘대형사고’

지난 3월 말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공기소총에서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2명의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에서 반효진(17·대구체고 2년)이 쟁쟁한 선배들을 꺾고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모두 5차례에 걸쳐 진행된 선발전에선 상위 4개 기록(본선 점수 및 결선 환산점수 합산 기록)을 종합해 2위까지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반효진은 4개 기록 합산 2530.6점, 전체 1위로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특히 그는 선발전에 참가한 38명의 선수 중 유일한 고등학생이라 더욱 눈에 띄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무려 24년 만에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고교생 총잡이 국가대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총을 잡은 지 이제 겨우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구 동원중 2학년이던 2021년 7월 친구 소개로 사격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격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침착한 성격 덕에 성적이 쑥쑥 올랐다. 경험 삼아 출전한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대형 사고’를 치며 국가대표가 된 것이다.

반효진

●침착한 성격… 국제 경험 적은게 단점

중간고사를 마치고 지난달 23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소집된 그와 최근 어렵사리 전화가 연결돼 몇 가지를 물었다. 반효진은 쟁쟁한 선배인 권은지 등을 물리치고 국가대표가 된 것에 대해 “점수가 연습 때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좀더 높게 나왔는데 덤덤하게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며 “선수촌은 새로운 환경인 만큼 잘 적응해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교생 총잡이 신화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낸 여갑순을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등으로 이어졌다. 이후 잠잠했는데 반효진이 마침내 24년 만에 새롭게 고교생 총잡이의 계보를 잇게 된 것이다.

그는 “고교 선수가 오랜만에 국가대표가 됐다는 얘기를 주변을 통해 들었다”며 “올림픽에서 여갑순이나 강초현 언니처럼 되고 싶다. 올림픽에 가서도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우선은 책임감 있게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어린 고교생이 국가대표에 선발되자 사격 대표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다 보니 마음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갑석 사격 대표팀 총감독은 13일 “24년 만에 고교생 국가대표가 나왔는데 본인이 부담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주변에서 여갑순, 강초현 등을 언급하면서 기대하는데 들뜨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효진은 평소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제가 기숙학교에 있다 보니 친구들이랑 가족처럼 수다도 떨고 마라탕 같은 것도 먹으러 다닌다”며 웃었다. 그는 아직 국제무대에 알려지지 않았다. 장 감독은 반효진의 강점으로 용감하고 긴장하지 않는 성격을 꼽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잘나가던 실업팀 언니들도 압박감을 느껴 나가떨어지는데 반효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새달까지 ‘월드컵’… 올림픽 모의고사

대표팀은 지난 1~1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진행된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사격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서 올림픽 모의고사를 치른다. 반효진은 “올림픽에 나가기 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편하게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제 실력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바쿠에서 열린 월드컵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반효진은 42위에 그쳤다. 국가대표에 2위로 선발된 주부 사수 금지현(24·경기도청)이 당당히 중국 선수들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진짜 실력은 올림픽에서 나온다. 그때 반효진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 궁금하다.

이제훈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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