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감정의 끝, 그 찰나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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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배경으로 앞발을 높게 하늘로 치든 말, 그 속에 키스를 나누는 남녀, 기절하거나 절규하며 엉켜 있는 사람들.
혼란하지만 치밀하게 구성된 삼각 프레임은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이나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처럼 모순적인 안정감을 준다.
마치 연극이나 영화 한 장면처럼 프레거는 고도의 감정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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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배경으로 앞발을 높게 하늘로 치든 말, 그 속에 키스를 나누는 남녀, 기절하거나 절규하며 엉켜 있는 사람들. 혼란하지만 치밀하게 구성된 삼각 프레임은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이나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처럼 모순적인 안정감을 준다.
알렉스 프레거(45)가 세상의 ‘불협화음’에 우리의 감정 고리가 얽히는 순간에 집중한 신작 사진들로 돌아왔다.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에서 열리는 ‘웨스턴 메카닉스’전을 통해서다.
영화, 사진, 조각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작업을 수행해 온 프레거는 이번 전시 역시 작가의 첫 장편 영화인 ‘드림퀼’ 제작과 병행해 기획했다. 그 이유로 영화 제작 기술과 효과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상당하다. 마치 연극이나 영화 한 장면처럼 프레거는 고도의 감정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화면에 일상적인 사물을 병치하고 거기에 유머와 알레고리를 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복잡하고 어두운 주제에 접근한다.
전시 제목과 동일한 작품 ‘웨스턴 메카닉스’(2024)는 여러 인체가 얽힌 역동적 구도로 한 폭의 고전 역사화를 연상시킨다. 군상 뒤에는 성조기, 지구본, 카우보이, 여성 속옷 등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사물을 구도 전반에 분산시킴으로써 친숙한 시각 언어에 극적인 장면을 주입한다.
또 다른 작품인 ‘페이퍼 스트리트’(2023)에서는 20세기 후반의 평범한 라스베이거스 거리를 걷고 있는 남녀를 보여 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로봇과 같은 생명체가 숨어 있고 거리의 간판은 알파벳이 거꾸로 쓰여 있다. 프로이트가 말한 ‘언캐니’(낯익은 두려움)를 통해 관람객은 어딘가 모르게 기이한 풍경을 마주한다. 안유정 전시 코디네이터는 “다양한 현상의 임계점을 모색하는 크레거의 작업은 이성과 논리, 선형적 구조와 질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 현대 사회와 닮아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 작가가 오랜 관심사인 인간의 감정에 집중한 만큼 선형적 서사를 기대하기보다 감정의 힘에 기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는 6월 22일까지.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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