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생활비 4번 준 남편, 정 떨어져"…토로한 베트남 아내

이은 기자 2024. 5. 14.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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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17년간 생활비를 4번 밖에 주지 않은 남편의 폭언에 상처받았다는 베트남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13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서로에게 무시당하며 살고 있다는 '외톨이 부부'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두 사람은 국제 결혼업체를 통해 만났고, 베트남 출신 아내는 남편의 다정한 면모에 반해 번역기로 소통하며 연애한 끝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내는 남편의 말에 전혀 답을 하지 않으며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고, 남편은 자신과 아이들에게 무심한 아내 때문에 사연을 신청했다며 방송 출연 이유를 밝혔다.

공개된 일상 영상에서는 첫째 아들과 이제 5살이 된 딸을 챙기는 아내의 모습이 그려졌다. 큰아들은 우울증으로 초등학교 졸업 후 3년 넘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딸은 5살임에도 제대로 발음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내는 아들에겐 밥과 소시지만 챙겨줬고, 딸에겐 달걀 부침과 밥을 섞어 건넸다. 아내는 "밥 자주 안 한다. 애들 먹고 싶으면 (배달) 시키든지 청소도 안 한다. 집에 오기 싫다"고 털어놨다. 육아는 물론 집안일도 관심밖이었고, 아이들이 관심을 필요로 하는데도 베트남 지인과 영상 통화에만 집중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에게 엄청난 대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예우를 바라는 게 소원이다"이라며 아내의 따뜻한 반응을 바랐지만 아내는 "당신만 일하냐. 난 일 안 하냐. 난 놀았냐. 나도 일하지 않나"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이 집에서 살려면 생활비 내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아내는 "남편 월급이 얼마인지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 생활비를 안 쓴다. 17년 동안 3~4번 밖에 안 줬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내는 남편이 "네가 뭘 아냐"며 늘 일을 알아서 처리한다며 "남처럼 생각한다. 정이 완전히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일하다 이것저것 망해서 돈을 제대로 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머니한테 돈을 타다썼다"고 말했으나 이마저도 아내는 모르고 있었다.

남편은 용역비를 떼이고도 세금을 내야 해 급여통장 압류를 당하기도 했으나 자존심 때문에 아내에게 이를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남편은 아내와 말다툼 끝에 리모콘을 소파에 던지며 자리를 떠 모두를 놀라게 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집에서 살려면 생활비를 내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돈 관리를 제가 하고 있었다"며 "직장이 없었고 사기를 당해 돈이 없으니까 당신이 좀 보태달라는 말을 아내가 얘기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내는 "십몇년 전에도 했었다. 첫째랑 둘째 유치원 다닐때부터 나한테 생활비 달라고 했다"며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이어 "남편은 '생활비 낼래? 애들 교육비 낼래?'라고 물어봤다. 이 집에서 살려면 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너무 억울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아내분은 '너도 이 집에서 살려면 네가 먹고 자고 쓰는 건 돈을 내야지'라고 받아들이신 거냐"라며 "그렇게 받아들이셨다면 억울하다"며 아내의 마음을 헤아렸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이에 남편은 "상의를 안 한다기 보다는 '내가 알아서 할게. 신경쓰지마'다"라며 월급을 공유하지 않은 것은 "남자로서의 자존심"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세울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보니까 창피한 것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어떤 면에선 이해가 된다. 면목이 없고 체면이 안 서는 거다. 근데 아내는 '나한테 자세히 얘기 안 해주는 건 결국 나를 무시하는 거다. 당신이 잘나가지 않을 때 자존심 상할 때 그 모습을 내게 안 보이려고 하는 건 내게 깊은 믿음과 신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일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내게 상의를 안 하는 건 내가 능력 없고, 상의할 가치가 없고 나를 무시하는 거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은영 박사는 아내의 차가운 모습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억울함, 속상함, 오해도 많았던 것 같다. 남편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무심하고 차갑다고 느껴질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아내의 태도 문제를 짚었다.

이어 발음이 어눌한 딸에 대해선 "엄마는 말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 베트남어를 쓴다. 남편과 대화 안 하고, 대화할 때는 싸운다. 이 과정에서 말을 잘 배우겠나. 성인 사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자녀한테 영향이 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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