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수사 대비용? '중앙지검장+차장 네 명' 전격 교체 의미는

강지수 2024. 5. 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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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고·지검장급 인사 전격 단행]
송경호 지검장 후임에 이창수 검사장
도이치·명품 가방 수사라인 전부 교체
'윤 대통령 측근 중심 기용 여전' 지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전격 교체됐다.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의 실무 지휘라인인 차장검사들도 모두 자리를 옮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인 이번 발령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김 여사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친윤(윤석열) 포진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13일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검사 39명의 승진(12명) 및 전보(27명) 인사를 발표했다. 인사 효력은 16일 자로 발생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당 기간 공석이던 일부 대검검사급 검사 보직의 공백을 해소해 법무·검찰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고, 신규 보임으로 조직 쇄신과 활력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가장 이목을 끈 건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체의 '물갈이'다. 2022년 5월 이후 2년 동안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송경호 검사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승진·전보됐고, 그의 자리에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임명됐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일할 때 '총장의 입'인 대검찰청 대변인을 맡는 등 검찰 내 대표적 '친윤' 검사로 분류된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김창진 1차장검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고형곤 4차장검사, 그리고 박현철 2차장검사와 김태은 3차장검사 등 차장검사 4명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해 서울중앙지검을 떠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가 모두 공석인 상황이라, 조만간 차·부장검사급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을 보좌할 대검 참모진도 많이 바뀐다. 기획조정부장에 전무곤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승진·임용됐고, 마약·조직범죄부장에 노만석 제주지검장, 형사부장에 이진수 서울북부지검장이 옮겨 앉았다. 공판송무부장에 정희도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과학수사부장에 허정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이 각각 승진 발령됐다.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은 유임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지휘하는 수원지검장엔 김유철 서울남부지검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채용비리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끄는 전주지검장엔 박영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간다. 이 밖에 정치인·금융 수사를 많이 하는 서울남부지검장에 신응석 대구지검장, 검찰 인사와 예산 업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송강 인천지검장, 그리고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엔 변필건 수원고검 차장검사가 보임됐다.

이날 인사에 앞서 이주형 서울고검장, 최경규 부산고검장, 노정연 대구고검장, 홍승욱 광주고검장, 한석리 울산지검장, 박종근 광주지검장, 배용원 청주지검장 등 고위 간부 7명이 줄사표를 냈다. 검사장 인사 전 실시되는 검찰인사위원회는 앞서 검사장 승진 대상인 연수원 31기 검증 직후 열려, 이번에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에 승진한 유일한 여성 검사는 박성민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로, 대전고검 차장검사에 기용됐다.

이번 인사에 대한 표면적인 해석은 이렇다. 새 법무장관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고위직 인사가 석 달간 이뤄지지 않았고, 이 총장의 9월 임기 종료 후 차기 총장 인사까지 마친 뒤 실시하게 되면 인사가 너무 늦어지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사전 대비'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민정수석 부활 직후 곧바로 김 여사 수사의 키를 대통령실에서 쥐겠다는 메시지로 풀이하는 반응도 있다.

나아가 '윤가근 한가원'(윤석열과 가까워야 하고 한동훈과는 멀어야 한다)이라는 최근 검찰 인사의 경향도 이번 인사에서 일부 드러났다. 1월 인사 이후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까지 겸임하며 박 장관을 보좌한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수원고검장으로 승진·이동했다. 겉보기엔 승진한 셈이지만, 일선 수사와 거리가 먼 자리다.

고려대 출신 약진도 눈에 띄었다. 전무곤·박영진·박현철 신임 검사장이 고려대 출신이고, 송강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응석 신임 남부지검장도 같은 학교다. 고려대 출신인 박 장관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월·원주지청을 시작으로 1박2일 지방검찰청 격려방문을 떠난 이 총장은 이틀째 일정을 취소하고 그간 자신을 보좌한 참모진을 배웅할 예정이다. 총장 출장 시 인사가 발표돼 일각에서는 총장을 '패싱'했다는 의혹도 있었으나, 대통령실과 이 총장 사이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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