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협상 중 개입, 韓은 그간 네이버 입장 존중...라인사태 5가지 진실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4. 5. 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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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사태 왜 터졌고 진실은 무엇인가
13일 서울 강남의 라인프렌즈 매장에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다.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라인 운영사)를 공동 소유한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하면서 라인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일본 정부가 한국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을 정리(매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개인 정보 약 52만건이 유출된 라인야후에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리며 ‘위탁처(네이버)로부터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지시한 후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라인’ 운영사인 라인야후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주회사(A홀딩스)를 통해 지분을 절반씩 소유한 회사다. ‘라인야후 사태’ 논란의 진실은 무엇이고, 이해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5문답으로 정리했다.

그래픽=양진경

◇Q1. 일본 총무성이 네이버에 지분을 팔라고 압박 중인가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에 내린 행정지도가 직접적인 지분 매각 요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탁처(네이버)로부터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지분 매각 이외 달리 해석할 여지는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 이런 사실이 일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행정지도는) 경영권 관점에서 내린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공동 경영을 하던 기업들이 협업을 깨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도 공동 경영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의 개입이 비난받는 것은 기업 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국 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들며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행태에 우리 정부가 국익 차원에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정적인 반일과는 다르다.

◇Q2. 이제 와 개입한 적이 없다는 건가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은 모호한 측면이 많다. 일본 내각 서열 2위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 장관이 지난 7일 “시큐리티 거버넌스(보안 관련 지배 구조) 재검토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식이다.

라인야후는 최근 독자 시스템을 구축해 문제가 된 네이버와의 모든 위탁 관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를 통한 개인 정보 유출’은 앞으론 발생 가능성이 ‘제로’가 됐다. 일본 정부가 현 시점에서 “위탁 관계 종료 방침을 받아들인다. 네이버의 지분 관계 재검토(매각) 요구는 이제 의미 없다”고 밝히면 ‘지분 매각 압박’ 논란이 사그라들 수 있음에도 그런 발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Q3. 한국 정부의 입장은?

우리 정부의 입장은 “네이버의 의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지분 매각 여부를 먼저 결정해야, 정부도 어떻게 지원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로 직접 개입은 꺼렸다. 소극적 대응에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나서 “부당한 조치에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첫 공식 반응을 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지분 매각을 염두에 두고 협상 중인 특정 기업을 정부가 나서 도와줄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온 한일 관계가 이번 일로 틀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Q4. 네이버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사태 초기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1순위 전략’이었다. 소프트뱅크와의 제휴가 기대만큼 시너지를 내지는 못했으나,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고, 대만·동남아 등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지분 매각으로 무게중심이 많이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웹툰·이커머스 등 다른 일본 사업이 타격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네이버에 최선은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최대한 비싸게 팔면서, 대만·동남아 등 라인의 다른 해외 사업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목표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지만, 셈법이 복잡해 협상은 7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네이버는 어떻게 결론이 나든, 협상 결과가 네이버에 악재로 인식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고, 경영적 판단을 잘못했다는 주주들의 비판을 우려하고 있다.

◇Q5.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면 쟁점은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은 약 32%(A홀딩스 보유 지분 64.5%의 절반) 정도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약 2조8500억엔(약 25조원)으로,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 32%의 가치는 8조원 정도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으면 최소 10조원 이상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가 예전부터 네이버의 지분을 더 획득해 경영권을 획득하려 했다고 말한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지분 전부를 매수하지 않아도, 한 주만 네이버로부터 사들이면 단일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소프트뱅크는 최소한의 지분만 매입하기 원하는 반면, 네이버는 최대한 많은 지분을 비싸게 팔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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