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변심’과 맞고발.... 태광 이호진, 또 구속 기로 내막은

이정구 기자 2024. 5.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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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도 횡령 혐의로 실형… 경찰, 구속영장 신청

재계 순위 50위권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횡령 등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이 전 회장은 2019년 206억원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돼, 2021년 10월 만기 출소하고 작년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또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오는 16일 열리는 구속영장실질심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비자금 조성 의혹’이 핵심이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 임원들을 계열사에 허위 또는 중복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이들이 받은 급여를 자신이 현금으로 가로채 20억원 규모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허위·중복 급여를 가로챈 혐의를 받는 시기는 이 전 회장이 비자금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2015~2018년쯤으로 알려졌다. 재판을 받으면서도 또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회장 혐의가 상당히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 측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며 실제 불법 행위를 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양인선

◇무혐의 났던 김치·와인 강매도 재수사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전 회장이 5년 전 실형을 받았던 사건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5년 전인 2019년, 8년 5개월 재판 끝에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주력 회사인 태광산업의 섬유 제품 생산 실적을 조작해 회삿돈 약 40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었다. 임직원 급여를 조작했다는 점에서는 이번 의혹과 판박이다. 재계에선 “총수가 실형까지 살았던 사건이 반복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 고질적 문제가 아닌가 의심도 된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핵심 등장인물은 이 전 회장을 대신해 태광그룹 경영을 총괄했던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이다. 김 전 의장은 이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한 2014년부터 ‘경영 대리인’으로 부상했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태광그룹 ‘김치·와인 강매 사건’ 영향으로 잠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22년 경영기획실장이던 그는 경영협의회 의장으로 오히려 영전했다. 2021년 검찰은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서 생산·판매하는 김치와 와인을 태광 계열사들이 고가에 구매하도록 했다는 혐의에 대해 ‘이 전 회장의 관여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김 전 의장만 기소했다. 김 전 의장의 ‘윗선’은 없다는 것이다. 작년 3월 대법원이 ‘김치·와인 강매 사건’과 관련, 태광과 공정위 사이 시정명령 취소처분을 다투는 소송에서 ‘이 전 회장이 강매 거래에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했다’며 판단을 바꿨을 때도 둘 사이 균열은 없었다.

그러나 작년 8월 태광그룹이 2대 주주(45%)로 있는 롯데홈쇼핑(옛 우리홈쇼핑)의 ‘사옥 매입’ 이후 내부 감사가 도화선이 됐다. 이 감사에서 김 전 의장(당시 티시스 대표) 등이 그룹의 부동산과 골프장을 관리하는 티시스를 통해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 비자금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해임됐다.

◇비자금 조성 의혹 진실 공방

그러자 김 전 의장은 ‘변심’을 해 경찰에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제보했고, 경찰은 작년 10월 이 전 회장 자택과 태광그룹 미래경영협의회 사무실, 골프장 태광 CC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회장 측이 작년 11~12월 김 전 의장을 100억원대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며 맞불을 놓자, 김 전 의장은 작년 12월 검찰에 자진 출두해 김치·와인 사건과 관련, ‘이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틀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 불능 상태가 됐다. 태광 측 관계자는 “회사 감사를 통해 비위가 확인돼 검찰 수사를 받는 김 전 의장에 대한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를 고발한 이 전 회장 측(태광)을 먼저 사법처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도 했다. 김 전 의장 측 변호인은 입장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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