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수사 지휘 라인 모두 교체
13일 이뤄진 검사장급 인사는 시기와 폭 모두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전 검사장 인사가 작년 9월이었고,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 만료도 9월이라는 점에서 인사 시기가 4개월가량 앞당겨진 셈이라는 것이다. 인사 폭도 크다.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해 1~4차장검사가 모두 바뀌었고, 이 총장의 참모진이라고 할 수 있는 대검 부장도 1명을 제외한 전원이 교체됐다. 검사장급만 39명이 승진 및 이동했다.
이날 인사에서 중요 사건 수사가 몰려 있는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이 모두 교체됐다. 전원 승진했지만 대부분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보직으로 이동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김창진, 박현철, 김태은, 고형곤 1·2·3·4차장검사도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해 각각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서울고검 차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수원고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중 김창진 1차장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수사를, 고형곤 4차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를 각각 지휘해 왔다.
이에 대해 검찰 한 간부는 “너무 갑작스러운 인사이고, 승진성 좌천 인사로 보인다”며 “중앙지검 지휘부가 한꺼번에 승진하는 일도, 한꺼번에 바뀌는 일도 거의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간부도 대거 바뀌었다. 전국의 형사 사건을 지휘하는 형사부장은 이진수 북부지검장이, 마약·조직범죄부장은 노만석 제주지검장이 각각 맡게 됐다. 또 기획조정부장에는 전무곤 성남지청장이, 공판송무부장에는 정희도 안산지청장이, 과학수사부장에는 허정 고양지청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양석조 반부패부장은 검사장급 간부 중 유일하게 유임됐다. 검찰 한 관계자는 “대검 지휘부가 대부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졌다”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이원석 총장과 가깝다고 알려진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4대 지검장도 전원 교체됐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등 각종 금융·증권 범죄와 선거 범죄 등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에는 ‘윤석열 사단’이라고 알려진 신응석 대구지검장이 임명됐다. 신 검사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형사3부장을 지냈다. 서울북부지검장에는 박세현 대검 형사부장이 임명됐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장에는 ‘공안통’ 김유철 서울남부지검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전주지검장에는 박영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각각 임명됐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에 대해 “(2월)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상당 기간 공석으로 유지돼 온 일부 보직의 공백을 해소해 법무·검찰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고 조직의 쇄신과 활력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한 검찰 간부는 “평소 같으면 법무부에서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어 인사 방침을 논의하는 등 사전 조짐이 있는데 이번엔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며 “검찰총장 임기도 4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스태프를 다 바꿀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그럴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규모도 너무 크고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재경 지검 한 부장검사는 “대통령 부인 관련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당연히 수사가 마무리될 때쯤 인사가 날 줄 알았다”며 “대통령실이 최근 (김주현) 민정수석을 임명하자마자 인사를 하는 것만 봐도,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과 충청 지역 검찰청 방문을 진행 중이었는데, 이날 인사 발표 후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대검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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