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01> 동래부사 정언섭 교지

정주희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연구사 2024. 5.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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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나라의 관문이자 외교의 중심지로 떠오른 조선 시대, 부산 땅의 중심지는 바로 동래(東萊)였다.

동래읍성은 동래부의 행정 중심지를 둘러쌌던 읍성으로 임진왜란 때 함락돼 거의 방치돼 있던 것을 1731년 동래부사 정언섭(1686~1748)이 크게 넓혀 다시 쌓았다.

정언섭은 동래부사로 부임하자마자 동래읍성을 개축하는 한편, 이때 발견된 무명 순절자들의 유해를 거두어 '임진동래의총(壬辰東萊義塚)'을 조성하고 '임진전망유해지총비(壬辰戰亡遺骸之塚碑)'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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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교지 받고 동래부사로 부임한 정언섭, 동래읍성을 개축하다

부산이 나라의 관문이자 외교의 중심지로 떠오른 조선 시대, 부산 땅의 중심지는 바로 동래(東萊)였다. 동래읍성은 동래부의 행정 중심지를 둘러쌌던 읍성으로 임진왜란 때 함락돼 거의 방치돼 있던 것을 1731년 동래부사 정언섭(1686~1748)이 크게 넓혀 다시 쌓았다.

2022년 7월 부산박물관은 동래부사 정언섭의 9대손인 정한식 선생으로부터 정언섭과 동래 정씨 가문 관련 고문서 55점을 기증받았다. 기증 유물 중에는 ‘세장(世藏)’, ‘교지 건(乾)’, ‘교지 곤(坤)’이라는 제목의 책 3권이 있다. 이 책들은 정언섭의 증손자인 정일렴이 낱장으로 전해지던 정언섭의 교지(사진) 등 212장의 문서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교지(敎旨)는 조선 시대 국왕이 신하에게 내린 문서로, 4품 이상 관직 임명 문서인 고신(告身), 문과 급제자에게 내린 홍패(紅牌), 생원·진사시 합격자에게 내린 백패(白牌), 죽은 관원에게 내리는 추증(追贈) 교지, 공신에게 토지나 노비, 특권 등을 내린 사패(賜牌) 교지 등 다양하다. 대개 첫 행에 ‘교지(敎旨)’라 적고, 본문에는 받는 이의 이름과 국왕이 내리는 관직이나 물품, 특권의 내역을 적은 후 ‘~자(者)’로 마감했으며, 마지막에 발급 연월일을 적는 형식이다.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특히 눈에 띄는 교지가 있다. 가로 74㎝, 세로 59㎝ 크기의 종이에 27자 글씨가 큼직하게 적혀 있는데, 옹정(雍正) 8년(1730) 8월 19일 정언섭을 ‘통정대부행동래도호부사(通政大夫行東萊都護府使)’로 임명하는 내용이다.

통정대부는 품계, 동래도호부사는 관직인데, 관직에 비해 품계가 높은 경우 이와 같이 관직명 앞에 ‘행(行)’자를 붙여 썼다. 통정대부는 문관 정3품의 품계인데, 도호부사는 종3품직이기 때문이다. 국방·외교에서 동래부사가 맡은 역할이 중요했으므로 이처럼 상급 품계의 관원을 임명하여 특별히 격을 높였음을 알 수 있다.

정언섭은 동래부사로 부임하자마자 동래읍성을 개축하는 한편, 이때 발견된 무명 순절자들의 유해를 거두어 ‘임진동래의총(壬辰東萊義塚)’을 조성하고 ‘임진전망유해지총비(壬辰戰亡遺骸之塚碑)’를 세웠다.

정언섭이 떠난 후인 1735년, 당시 동래부사였던 최명상은 동래읍성을 개축한 정언섭의 공을 칭송하며 ’내주축성비(萊州築城碑)‘를 건립했다. 동래부에서 쌓은 치적으로 영조의 신임을 얻은 정언섭은 곧이어 충청도관찰사로 임명되었으며, 이후 도승지, 한성부우윤, 병조· 호조· 예조참판 등 주요한 관직을 역임했다.

정언섭이 동래부를 떠난 지 290여 년이 지났다. 부산박물관은 기증받은 고문서의 정리 및 보존에 힘쓰는 한편, 지난해부터 국역·해제총서 ‘동래부사 정언섭의 가계와 생애’를 연차적으로 간행하고 있다. 그가 남긴 귀중한 유산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지금, 부산 곳곳에 남아있는 그의 자취를 찾아 나서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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