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부도’ 지방이 83%… 상권·일자리도 연쇄 충격
지난 8일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광주역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신축 공사 현장. 전체 21층 중 17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상태로 공사가 중단, 곳곳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주변 한 자영업자는 “공사가 중단되면서 식당 두 곳이 바로 문을 닫았고, 일대 상권도 활력을 잃었다”며 “짓다가 만 유령 건물이 거대한 묘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시공을 맡은 중견 건설사(시공 능력 평가 99위) 한국건설은 작년부터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다 결국 2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지 못해 지난달 29일 법원회생을 신청했다. 이 단지를 비롯해 궁동·수기동·산수동 등 광주 시내와 전남 일대에서 한국건설 사업장 약 20곳 중 상당수가 기약 없이 공사 재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부산에선 4월 말 ‘에코하임’ 브랜드의 익수종합건설, 5월 초엔 남흥건설 등 작년 도급액 700억원대 중견 건설사 2곳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전국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대구는 올해 건설업 임금 체납액이 작년보다 50% 가까이 급증했다. 강원도와 울산에서 올해 분양한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이 0.2대1에 그치는 등 비수도권 건설 업계가 극심한 침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부도 건설사 12곳 중 10곳이 지방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지방 건설 업계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 부동산 시장에서 틈새 수요를 노리던 지방 건설사들이 극심한 분양 시장 침체에 유동성 위기를 맞고, 협력업체들로 파장이 번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정상화를 위해 지방 중소 사업장을 대거 부실 대상으로 지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초까지 전국에서 건설사 12곳이 부도 처리됐다. 약 4개월 만에 2022년 연간 부도 업체(14곳)와 맞먹는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과 경기 각각 1곳을 빼면 10곳이 모두 지방 건설사들이다. 경영난 때문에 스스로 사업을 접는(폐업 신고) 건설사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1~4월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 건수는 187건으로 2011년(222건)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다.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고, 건설업 취업자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기준 7.4%에 달한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종합건설사가 무너지면 지역 일감에 의존도가 높은 영세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공사비 미수에 두 달째 월급 밀려”
실제로 지방 건설사들의 위기는 협력업체로 확산하고 있다. 광주에 있는 한국건설 협력업체 관계자는 “공사 대금 수천만원을 몇 달째 못 받고 있어 직원들에게 두 달째 월급을 못 줬다”고 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접수된 충청 지역 임금 체불액은 52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15억원)보다 27% 늘었는데, 이 중 건설업 임금 체납액만 146억원에 달한다. 1분기 대구·경북 건설업 임금 체납액은 약 8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 급증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정부의 PF ‘옥석 가리기’로 지방의 중소 PF 사업장이 단기간에 대거 정리됐을 때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올 들어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 미분양이 계속 증가하는 등 부동산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964가구인데, 지방 미분양이 5만2987가구로 전체의 81.5%에 달한다. 대구에만 미분양 아파트가 9814가구로 경기(8340가구)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직방 집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에서 총 99개 아파트가 1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절반이 넘는 52개 단지가 미달이었다. 울산(0.2대1), 강원(0.2대1), 대전(0.4대1), 경남(0.4대1), 부산(0.8대1) 등에서 청약 성적이 특히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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