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이재명 대신 싸워줄 사람, 추미애는 대립군” [정치 D포커스]

윤다빈 기자 2024. 5.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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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정성호 대신 秋 선택’ 왜?
강성 당원 ‘鄭, 李에 쓴소리’ 비토론… 이재명 “순리대로” 秋 지지 밝혀
秋 “‘李, 잘 해주면 좋겠다’고 말해”… 박찬대 “전반기 의장 돌격형 돼야”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앞에 붙은 민주당 국회의장 선거 벽보. 애초 표기됐던 이름 중 정성호, 조정식 의원 이름 옆엔 ‘사퇴’라는 도장이 13일 찍혀 있다. 16일 진행되는 국회의장 경선을 앞두고 정 의원과 조 의원이 사퇴하면서 경선은 ‘추미애 당선인(6선)-우원식 의원(5선)’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추미애 당선인은 일종의 ‘대립군(代立軍)’이다. 이재명 대표 대신 전쟁에 나가 싸워줄 사람으로 선택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16일 치러지는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사실상 추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대립군은 조선시대 때 남의 군역을 대신해 싸우는 군인을 의미한다.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 대표를 대신해 추 당선인이 최전선에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한다는 취지다.

애초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국회의장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거나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이 대표의 최측근이면서도 중도 이미지인 정성호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앞서 치러진 22대 첫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찐명’(진짜 친명) 박찬대 의원이 이 대표 주도로 단독 입후보하면서 ‘명심’(이 대표의 의중) 논란이 제기됐던 만큼 이번엔 몸을 사릴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다선, 나이에 따른) 순리대로’를 강조하며 추 당선인 지지 의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 선거도 ‘명심’에 따르는 것이 맞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박찬대 “전반기 의장 돌격형 돼야”

13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는 의장 선거와 관련해 “순리대로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선수와 나이상 우선순위인 추 당선인이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취지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후보 등록일 직전 정 의원과 조정식 의원을 만나 불출마를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이 대표의 뜻은 전반기 의장은 돌격형, 후반기 의장은 관리형”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의 행보는 모두 이 대표의 뜻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추 당선인도 이날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명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추 당선인은 “(이 대표가 내게) ‘이번만큼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있는 국회의장 선거가 있겠느냐. 그래서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연히 이렇게 과열되니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잘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추 당선인에게 힘을 실으면서 막판엔 조, 정 의원과 우원식 의원 간 물밑 연대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세 후보 모두 이 대표와 가까운 관계인데, 박 원내대표가 대신 명심을 전한 데 대한 불쾌감이 컸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가 끝내 추 당선인 지지 의사를 굽히지 않자 정 의원은 결국 12일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정 의원은 이 대표와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해 왔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비토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나는 당파성이 적은 사람”이라며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국회가 걱정된다”고 했다.

추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6선인 조 의원은 이 대표가 선수에 따른 관례를 언급한 만큼 후반기 의장을 노리고 추 당선인과 단일화 협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친명계 “秋가 싸워주는 게 대선서 유리”

이 대표가 추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선 배경엔 22대 국회 초반부터 입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 국민 1인당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을 비롯해 은행·정유사의 과다 이익에 대한 ‘한시적 횡재세’ 도입, 서민금융 지원 등 ‘입법 전쟁’을 예고한 상태다. 22대 국회에서의 입법 실적을 기반으로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서야 하는 이 대표가 자신의 입법 성과를 가장 강력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인물로 추 당선인을 낙점했다는 것. 친명계 관계자는 “사실 이 대표와 가까운 순서로 보면 정성호, 조정식, 우원식 의원 순이고, 추 당선인이 가장 멀다”며 “그러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입법 과제를 밀어붙이는 면에서는 추 당선인이 가장 확실한 카드”라고 했다.

추 당선인에 대한 강성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 역시 이 대표가 추 당선인 쪽으로 기우는 요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도 이날 오찬 회동을 갖고 추 당선인 지지로 사실상 뜻을 모았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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