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라인 사태는 국제 통상 이슈, 정부 방치도 반일 선동도 안 돼

조선일보 2024. 5. 14. 00: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의 모습. /뉴스1

일본 정부 개입으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가 꼬여가고 있다. 라인야후의 공동 대주주인 네이버는 일본 측 압박에 지분을 내놓을 상황에 몰렸고, 민주당 등은 반일(反日) 몰이에 나섰다. 이러자 정부가 뒤늦게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히고 대통령실도 “엄정 대응”을 언급했다.

기본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자본 관계 재검토’까지 요구한 것은 과도하다. 기업 경영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다. 이를 근거로 소프트뱅크 등이 네이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한국인 이사를 해임했다. 민·관이 역할을 분담해 ‘네이버 밀어내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 쪽은 정부·기업·정치권이 제각각이다. 네이버의 태도부터 이상하다. 지금까지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네이버는 우리 정부와의 의사 소통에도 소극적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정부와 정보 공유조차 꺼린 것은 일을 잘못 키운 큰 원인이 됐다.

정부는 초기에 상황을 잘못 본 것 같다. 정부가 외교 공적으로 내세우는 한일 관계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외교부가 사태를 보도한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일이 커지자 뒤늦게 과학기술부가 일본 비판에 나섰지만 민주당 등이 반일 몰이를 할 기회를 줬다.

라인 사태 해결의 대전제는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는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소프트뱅크와 매각 협상 중이라고 한다. 지분을 판다면 가장 좋은 조건에 팔고 그 재원으로 더 효과적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네이버의 최우선 고려 사항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실상을 정부와 공유하면서 소통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한 민간 기업 이슈가 아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이자, 국제 규범 위배 소지가 있는 통상 이슈다. 정부가 민간 기업 하나의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일본에 네이버에 대한 특혜를 요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당한 피해를 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이 대원칙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 외교·통상 카드를 써야 한다. 이 문제로 정치권이 ‘제2의 죽창가’를 선동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네이버가 바라지 않을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