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년원 교사의 다짐…두 손 맞잡고 사랑 전해야 할 아이들

홍석표 2024. 5. 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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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마우스 클릭 소리만 들리는 교실이 있다.

소년원 아이들은 "다시는 사고를 치지 않습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소년원에서 아이들과 생활한 지 29년 차가 됐다.

문제아라고 비난하기보다는 더 사랑받고 싶어 알아봐 달라고 몸부림치는 아이들임을 알기에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한 존재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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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표 춘천소년원 교사

탁탁탁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마우스 클릭 소리만 들리는 교실이 있다. 한 손에 빗, 다른 한 손에는 가위를 들고 미용 가발에 집중하는 교실도 있다. 간혹 학생이 손을 들면 지도교사가 다가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한다. 춘천소년원 컴퓨터반과 미용반 수업의 한 장면이다.

소년원 아이들은 “다시는 사고를 치지 않습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출원 후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또 다른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알지만 나는 이들의 의지와 노력을 믿어주고 격려한다.

5월이면 생각나는 소년원 출원생이 있다. 18년 전 어느 날 소년이 내게 전화했다. “선생님이 착하게 열심히 살면 된다고 했는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들어요?”라고 울부짖을 때 들어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사실 소년의 가정은 어떤 이유로 풍비박산이 났다. 소년을 돌보던 누나는 많이 아팠다. 힘들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지만 울먹이며 하소연하는 소년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많이 미안했다. 사실 나도 답을 몰랐다. 손을 꼭 잡아 주고 싶었지만 그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고 화물차를 운전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저씨가 되었다.

소년원에서 아이들과 생활한 지 29년 차가 됐다. 밥은 잘 먹는지, 편식은 안하는지, 다리 떠는 습관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머리카락이 길면 이발해 주고, 추운지 더운지,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지, 수업은 잘 듣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등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아침부터 잠자는 시간까지 생활 전반을 돌보고 지도한다.

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으로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문제아라고 비난하기보다는 더 사랑받고 싶어 알아봐 달라고 몸부림치는 아이들임을 알기에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한 존재라고 여겼다.

정년까지 3년, 소년원 아이들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는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새 출발을 위한 디딤돌이 되도록 정성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얘들아,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너희들, 포기할 수 없는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너희들을 응원한다. 힘들면 손 내밀어 줄래? 우리 두 손 맞잡고 다시 힘을 내보자!

#소년원 #아이들 #마우스 #지도교사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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