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그 후 - 다시 찾은 미래] “남편·시동생들 무사히 퇴직 천만다행”

오세현 2024. 5. 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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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맘 졸일 일이 없으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광부 3형제 집안의 맏며느리 정미화(52·사진)씨는 남편과 시동생들의 퇴직이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

정씨는 "우리(남편과 시동생)는 같은 곳에서 일한다"며 "사고가 났다 하면 3명이 한꺼번에 잘못될 수도 있는거다. 출근만 했다고 하면 그때부터 걱정이 시작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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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 3형제 집안 맏며느리 정미화씨
가족들 출근하면 사고 당할까 걱정
전화벨 울릴 때면 심장 철렁하기도
사고 충격에 악몽 꾸는 남편 안쓰러워

“이제 맘 졸일 일이 없으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광부 3형제 집안의 맏며느리 정미화(52·사진)씨는 남편과 시동생들의 퇴직이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 매번 사고가 나지 않을까, 어디 다쳐서 들어오진 않을까 걱정하던 세월만 20여 년이다. 정미화씨는 “숱하게 다쳤지만 그래도 무사히 퇴직할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다.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 지 모른다”며 “문을 닫는 날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남편 한 명 걱정도 벅찬데 시동생들까지 연달아 갱으로 들어갔으니 마음 고생도 세 배다. 정씨는 “우리(남편과 시동생)는 같은 곳에서 일한다”며 “사고가 났다 하면 3명이 한꺼번에 잘못될 수도 있는거다. 출근만 했다고 하면 그때부터 걱정이 시작된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막장 안에서도 집으로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은 적도 부지기수다. 정미화씨는 “막상 받아보면 ‘국수 삶아놔라’는 전화였지만 전화벨이 무섭기까지 했다”고 했다.

매번 다쳐서 귀가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그만하라’는 말이 입가를 맴돌았지만 끝내 그 말은 하지 못했다. 그 공포를 뒤로 하고 묵묵히 입갱하는 그 속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정미화씨는 “큰 애가 유치원 다닐 때 쯤 IMF 여파로 전 직장에서 월급이 안 나왔다”며 “애들은 둘이나 있지, 한참 손이 많이 갈 때니 내가 일을 하지도 못 하는 상황이니 먹고 살기 위해서는 탄광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악몽을 꾸는 남편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만 하다. 그는 “지금도 남편이 잘 때 소리도 지른다”며 “동료들을 떠나보낸 적이 많은데 그럴 때면 태백시 전체가 조용하다. 다 알던 사이이고 같이 일했으니 동네 자체가 가라앉은 느낌이다. 사고가 나도 이튿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길을 나서는 남편과 시동생들을 보면 ‘같은 일을 겪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가정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지난 20년. 이제는 쉬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정미화씨는 “노동을 계속해서 몸이 많이 안 좋은데 치료가 우선”이라며 “이제 애들 다 키워놨으니 슬슬 놀러다니면서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세현·최현정

#남편 #시동생들 #퇴직 #천만다행 #정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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