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의 와인 Pick!] 가슴 가득 그리움의 5월, '아까시'꽃 향에 빠지다!

로피시엘=박영복 기자 2024. 5. 1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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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꽃 향이 은은하게 퍼질 때쯤 생각나는 와인이 있나요 ?
▲ 아까시나무: 장미목 콩과에 속하는 낙엽수(활엽수).꽃말: 품위, 우아함, 죽음도 넘어선 사랑
와인과 함께한 이모저모를 풀어나가는 것은 나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와인 테이스팅을 할 때의 감정, 그리고 와인 한 잔을 마신 후에 느꼈던 다양한 감성을 담아내는 것은 나에게 소중한 습관이 되었다.

그간의 경험과 추억을 쌓아가며, 와인이 불러일으키는 다채로운 감각들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나에게는 와인의 향기에 사로잡히며 머릿속으로 여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즐거운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 시간과 그렇게 쌓아온 이야기들은 가끔은 추억이 되어 다시 떠올라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이어주기도 한다.

매년 봄이 찾아오면, 살랑이는 바람 속에 아까시나무의 향기가 몽환적으로 퍼져나간다. 그 향기에 바람이 스쳐 가는 날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한다.

하굣길에 친구들과 함께한 놀이 중에, 아까시나무의 동그란 작은 잎들을 하나씩 따내며 친구들과 '가위~바위~보!' 외치며 큰소리로 소란스럽게 깔깔거렸던 아련한 친구와의 옛 추억을 떠올린다. 또 하나는 6남매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 농장을 목숨과도 같이 지켜야 했던 가장으로서의 고단했을 아빠의 한숨이 지나간다.

그 시절, 아빠는 왜소한 편이었고 마른 체격이었다. "가장을 위한 엄마의 마음으로 당신의 밥그릇에 쌓인 그 귀하디귀한 계란 후라이(원래 표기는 달걀 프라이가 맞지만, 필자는 어릴 적 표현 그대로 사용했다), 닭 다리를 막내딸에게 건네주시고 당신은 반찬만 드셔서 유난히 마르신 걸까..." 성장기가 멈추고 철이 든 후에서야 나는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내가 느꼈던 아빠는, 공직에 잠시 계셨을 때도 누구보다도 늘 성실하셨고, 맡은바 책임감과 의무감도 강하셨다. 또한 집에서도 당신이 할 일은 가장으로서 반드시 해내시는 분이셨다.

거기에 자주 아까시나무를 제거해야 했는데, 아까시나무의 뿌리를 파내고, 새로운 가지를 톱질을 해야 하니 당신에게는 아까시나무가 정말 귀찮은 존재였을 것이다. 톱질을 하는 그 곁에서 마냥 행복했던, 해맑은 꼬마의 어린 시절이, 지금은 이미 돌아가시고 곁에 없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너무도 애잔하다.

아까시나무가 꽃을 피우는 계절에는 그 향기가 온 동네를 가득 메우곤 했다.

한국에서 흔히 부르는 '아카시아'는 미국 원산지인 '아까시나무'로, 호주 원산지의 '아카시아'와는 좀 다른 식물이다. 일본으로 미국의 이 나무가 유입되면서 아카시아'로 잘못 불리게 되었다. 과거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에서도 '아카시아'로 불리우게 되었는데, 실제로 아까시나무에서는 하얀 꽃이 피고 아카시아에서는 노란 꽃이 피는 점이 다르다.

어린 시절 추억 속에 5월은, 온 동네 퍼지는 아카시아 향에 익숙하듯 오히려 '아카시아'가 더 익숙하다.

예전에 산림녹화용으로 들여와서 전국에 많이 심어진 우리나라 산 어디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강한 번식력과 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깊은 뿌리로 인해 주변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가 되어 주변 자생식물들을 해칠 수 있다는 오해와 우려로 몇몇 어느 지역에서는 제거 작업이 이루어진 일도 있었다.

실제로는 포도나무처럼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땅을 비옥하게 하고,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뒤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식물들과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이렇듯 과거에는 오해가 있어 한때 미움을 받았었던 적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우리에게 달콤한 꿀과 먹거리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황폐해진 땅을 재생시켜 주는 고마운 식물이 아닐 수 없다.

5월의 아까시 향에 취해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날, 오늘은 그런 특별한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 아까시 향을 닮은 향긋한 와인 한 잔과 당신의 추억을 소환하는 오늘 이 와인, 어떨까요?

/사진제공=비니더스코리아
◆추천 와인
-와인 명 : 카르페디엠 팜므파탈 화이트와인
-원산지 : 몰도바
-품종 : 페테아스카 레갈라, 페테아스카 알바
-알코올도수 및 음용 온도 : 12.5%, 10℃ 정도
-와이너리 : 카르페디엠 와인즈

-Tasting note :
외관으로 와인 컬러는 맑은 볏짚 색을 띈다. 섬세하며 아카시아꽃 향이나 흰 꽃 향이 풍부하며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입 안에서는 가볍고 단단한 질감이 느껴진다.

이어서 서양배, 복숭아, 사과 그리고 기분 좋게 입안에 퍼지는 시트러스의 아로마가 상쾌하게 입안에 번지며 상쾌하고 생기 넘치게 마무리된다. 이 와인은 발랄한 산미와 함께 추억을 떠올리며 부드럽게 즐기기에 완벽하다.

-Food Pairing :
시원한 계곡이나 해변에서 즐기기에 좋고, 해산물, 단짠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 요리나 튀긴 요리, 가지튀김, 빈대떡, 해산물을 넣은 전, 잡채, 불고기 등과의 조화는 이 와인의 매력을 더욱 높여준다.

카르페디엠 팜므파탈 화이트 와인은, 어릴 적 친구들과 널뛴 행복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 시절 척박한 삶에 고단했을 아빠의 한숨 한 스푼을 닮았다(원래, 몰도바는 척박한 땅이지만 포도 재배지로써 최고의 행복한 땅이다 마치 나의 어린시절처럼).

언젠가는 아까시나무 꽃 향과 함께 어우러지는 오늘, 추천 와인을 독자들과 함께 마셔보면 좋겠다. 언젠가 그런 기회가 올 거라 믿고, 오늘도 지치고 힘들었을 하루지만, 우리 모두 힘내요!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현재, 데일리경제, 머니투데이에서 와인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를 전공.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조리외식경영학 박사 수료를 했다.

여러 국내 와인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와인전문숍, 와인전문바, 그리고 와인스쿨 운영으로 실무 현장 경험을 쌓았다. 식음료와 교육 분야의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와인 문화의 깊이를 탐구하고 있다.

로피시엘=박영복 기자 pyoungbok@lofficie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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