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서울 정상회의’, 국민적 지지 기대한다

조태열 외교부장관 2024. 5. 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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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적 세계관에 익숙했던 세상이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흔들리던 1863년, 영국 시인이자 소설가인 새뮤얼 버틀러는 ‘기계 속의 다윈(Darwin among the Machines)’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기계의 진화가 인류에게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간과 생물의 진화 속도는 기계의 발전 속도보다 느리기 때문에 인간이 발명한 기계가 인간의 진화 속도를 추월해 결국 인간이 기계에 의해 지배당하는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이 암울한 예언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빠른 속도로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선사하는 선물에 취해있던 우리는 이제 161년 전 새뮤얼 버틀러가 예언한 디스토피아를 걱정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인류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의 수고를 덜어 복지를 증진시킬 수도 있지만, 악용될 경우 인류 평화와 민주 질서를 위협할 수도 있다. 고 헨리 키신저 박사가 AI의 파괴적 힘을 제한할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었다. 스웨덴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한술 더 떠 AI가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상상의 영역이었던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 하나하나씩 과학현실 (Science Fact)로 실현되는 것을 목도하는 인류 최초이자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세계는 AI 규범 제정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AI 지수 세계 6위, AI 특허출원 세계 3위이자, 비영어권 국가로는 드물게 독자적 AI 모델 개발에 성공한 한국도 새로운 AI 국제 거버넌스 형성을 주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6월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과 9월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AI 거버넌스 정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금년에는 5월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영국 수낙 총리와 함께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AI 서울 정상회의’는 작년 영국에서 개최된 1차 정상회의에서 다뤘던 AI의 안전성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의 혁신과 포용성 문제까지 다루는 자리가 될 것이다. AI 안전을 보장하면서 혁신을 촉진하고, 동시에 AI 등 디지털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국가들인 디지털 사우스(Digital South)에 대한 지원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1925년에 ‘7개의 사회적 죄악’을 통해 인간성 없는 학문, 인격 없는 지식, 도덕 없는 상업의 위험성을 인류에 경고한 바 있다. 인간성과 인격, 도덕성을 상실한 AI 시대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재앙의 시대가 될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선사한 불이 인류 문명에 기여한 것처럼, 혁신의 동력인 AI가 인도적이고 도덕적인 기준에 합당하게 활용되어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포용적인 AI 거버넌스를 반드시 구축해야만 한다. ‘AI 서울 정상회의’는 그런 위기의식을 안고 글로벌 공공재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자 하는 우리의 정책적 의지의 구체적 표현이자 결실이다.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기대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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