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증] '청소년 책'에 '청소년 열람제한'‥빨간딱지 붙은 책

조국현 2024. 5. 1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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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입니다.

학교나 공공도서관에 놓인 여러 청소년 성교육 도서들에 대해 일부 보수 학부모 단체들이 퇴출을 요구해왔죠.

하지만 심의 결과 대부분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드렸는데요.

현장에서는 여전히 곳곳에서 폐기되거나 열람이 제한돼,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확인해 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구리시의 한 공공도서관.

청소년 성교육 도서의 청구 기호를 찾아 서고에 가봤습니다.

책이 있다는 위치를 아무리 둘러봐도 해당 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서에게 이유를 묻자, 별도 장소에서 책을 꺼내옵니다.

[A도서관 사서 (음성변조)] "열람이 제한돼 있는 책이에요. 어린이들이 그냥 볼 수는 없어요."

표지에는 '열람제한'이라는 문구와 함께 빨간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인근의 또 다른 도서관.

역시 청구 기호 위치에는 해당 책이 없고 사서를 통해 어른만 받아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 성교육 도서인데, 정작 청소년은 볼 수가 없는 상황.

시작은 "책 속 삽화가 음란하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일부 보수 학부모 단체의 민원이었습니다.

이들이 문제 삼은 책에 대해 지난달 문체부 산하 간행물윤리위가 내린 최종 결론은 68권 중 67권이 '문제없다'였지만 여전히 청소년은 볼 수가 없는 겁니다.

[B도서관 사서 (음성변조)] "(그 책에 대한) 불편 민원이 들어오면, 저희가 그걸 그냥 둘 수는 없는 상황이잖아요."

학교 도서관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경기도교육청의 초·중·고교 성교육 도서 처리 자료입니다.

폐기 처리된 책은 2천517권, 교사 허가가 있어야만 볼 수 있는 '열람제한'은 3천340권.

성교육·성평등 도서 5천8백여 권이 학교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경기교육청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일선 학교에 '문제 도서의 처리 결과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 사실상 학부모단체에 힘을 실어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중학교 사서 교사 (음성변조)] "압박을 느끼는 거죠. 관리자들이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하면 아무래도 그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현장에서의 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검색한 청구 기호를 토대로 다른 지역 도서관에서는 열람이 제한됐던, 같은 책을 이곳에서는 바로 찾아볼 수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청구 기호대로 책이 놓여 있어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어린이도 누구나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책인데도 어떤 곳에선 열람이 제한되고 다른 곳에선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겁니다.

[배정원/'행복한 성문화센터' 대표] "성을 금기로 얘기하지 말고 (책을 통해) 성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충분히 주고 올바른 가치에 대한 교육을 해주고 해야‥"

교육 당국은 "특정 도서들을 목록화하거나 폐기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학교와 도서관은 해당 도서들을 알아서 폐기하거나 뒤로 빼놓는 상황.

'도서 검열'이라는 비판에도 단체들은 스스로 정한 '금서'들이 퇴출될 때까지 활동을 이어간다는 입장입니다.

현장검증, 조국현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환 / 영상편집 : 안윤선 / 자료조사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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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최대환 / 영상편집 : 안윤선

조국현 기자(joj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97997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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