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얽힌 실타래 풀자”...왕이 “간섭 배제하고 윈윈”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5. 1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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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외교장관, 6년 6개월 만에 베이징 방문해 양자 회담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스1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오후 5시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회담했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양자 회담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것은 2017년 11월 강경화 당시 외교 장관의 방문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조 장관은 이번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첫 회담이지만, 2013년에 처음 외교부장을 맡은 왕이는 25번째(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기준)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양자 회담을 갖게 됐다.

이날 4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만찬에서 관심을 모았던 북핵 도발, 탈북민 강제 북송 등의 문제가 논의됐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장관은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 짓고, 각종 도발로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며 러시아와 불법적인 군사 협력을 지속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또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조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도 “북한의 연이은 도발, 여러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지역과 세계의 다양한 도전 과제에 양국이 직면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해서는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북한이 아니라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탈북민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고,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변함이 없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측은 한국과 미국의 밀착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왕 부장은 모두 발언에서 “(수교 이후) 중·한 관계가 맞닥뜨린 어려움과 도전은 분명 증가했지만, 우리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이 바랐던 바도 아니다”라면서 “한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 방향과 윈윈(win-win) 협력 목표를 고수하고, 간섭을 배제하길 바란다”고 했다. 왕 부장이 언급한 ‘간섭’은 미국 주도의 안보 협력과 공급망 재편 시도에 한국이 동참하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조 장관은 “어느 한쪽이 아닌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한·중 협력 시대를 열기 위해 속도와 규모가 아니라 상호 신뢰 증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다지는 데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국의 상호 인식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역지사지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국 관계 제약 요인을 최소화하고 갈등보다 협력에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

이날 회담은 한·중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트는 자리인 만큼 양측은 서로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도 보냈다. 조 장관은 “이번 방문은 한국 외교부 장관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이고, 또 한·일·중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면서 “양국 간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한·중 관계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잦은 왕래가 쌍방의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된다”면서 “전임 (한국 외교부 장관)이자 내 친한 벗인 박진 선생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이날 회담에서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 회의, 한·중 양자 관계 회복, 한반도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도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이번 한국 외교 장관의 방중은 중·한 소통의 새로운 국면을 열 기회”라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 베이징에서 개최한 재중 한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한·중 경제 관계가 과거의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에서 경쟁 관계로 바뀌며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기업과 외교부가 한 팀이 되어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조 장관이 1박 2일 방중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시진핑은 엿새 동안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지난 11일 오전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2017년 당시 강경화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베이징을 찾았을 때는 시진핑을 만나지 못했다. 올해 3월 방중한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도 시진핑은 보지 못하고 돌아갔다. 조 장관이 시진핑을 만날 경우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4년 7월 이후 10년 동안 이뤄지지 않은 방한 문제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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