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없이도 토토로·호랑이가 무대에…당신의 상상력, '퍼펫'이 펼쳐드립니다

김소연 2024. 5. 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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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와 '겨울왕국', 연극 '이웃집 토토로'.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된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겨울왕국' 속 올라프, '이웃집 토토로'의 토토로가 퍼펫으로 재탄생했다.

퍼펫이 비인간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효과적 연극적 장치로 각광받으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콩'에선 객석을 압도하는 거대한 퍼펫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 활발한 퍼펫 활용의 기폭제가 된 것은 영국 국립극장의 연극 '워 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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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펫 활용 창작 뮤지컬 
'천 개의 파랑'·'벤자민 버튼' 개막
퍼펫을 쓰는 이유?
①비인간 캐릭터에 '인간성' 부여
②관객의 몰입 강화...상투성 탈피
뮤지컬 '벤자민 버튼'.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와 '겨울왕국', 연극 '이웃집 토토로'.

영화를 무대로 옮긴 최근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화제작들이다. 세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퍼펫(인형)이 나온다는 것.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된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겨울왕국' 속 올라프, '이웃집 토토로'의 토토로가 퍼펫으로 재탄생했다. 퍼펫이 비인간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효과적 연극적 장치로 각광받으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콩'에선 객석을 압도하는 거대한 퍼펫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내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천 개의 파랑'과 '벤자민 버튼'에서도 퍼펫이 활용된다. 각각 로봇과 시간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묘사한다.

뮤지컬 '천 개의 파랑'. 서울예술단 제공

퍼펫이라 더 생생한 '생경하지만 따뜻한 콜리'

뮤지컬 '천 개의 파랑'. 서울예술단 제공

12일 개막한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천 개의 파랑'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은 주인공 콜리의 구현이었다. 원작인 천선란 작가의 동명 공상과학(SF)소설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수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를 중심으로 인간, 로봇, 동물의 교감과 연대를 그린다. 제작 과정의 오류로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된 콜리는 인간의 감정을 배워 가고, 이 과정에서 인간 캐릭터들에게 정서적 용기를 준다. 콜리의 이 같은 특징을 풀어내기 위해 낸 아이디어가 퍼펫이다. 김태형 연출가는 "콜리는 기술 발전의 결과물이지만 누구보다 다정한 이웃이자 친근한 애정의 대상"이라며 "휴머노이드 기술을 무대에서 보여주기보다 전통적 방식의 수공예 인형을 등장시키는 게 원작 캐릭터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지형 퍼펫 디자이너가 만든 160㎝ 크기의 콜리를 움직이려면 3명이 필요하다. 콜리 역을 맡은 배우가 머리를 조종하고 전문 인형술사 2명이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투데이도 인형으로 제작됐다.

뮤지컬 '천 개의 파랑'. 서울예술단 제공

"배우는 벤자민 내면 연기에만 집중"

뮤지컬 '벤자민 버튼'.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11일 개막한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도 만들어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 시간 흐름에 따라 유년에서 청년, 중년을 거쳐 노년으로 변화하는 벤자민을 목각 퍼펫으로 표현했다.

극작과 연출을 함께 맡은 조광화 연출가는 창극 '산전수전 토별가', 연극 '파우스트 엔딩' 등에서도 퍼펫을 활용했다. 이때 함께 작업한 오브제 아티스트 문수호 작가와 이번에도 손을 잡았다. 조 연출가는 "퍼펫으로 벤자민의 변화를 묘사함으로써 배우가 여러 나이대를 표현하는 상투적 연기에 갇히지 않고 내면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영상 매체의 어린아이가 시선을 잡아끌듯 무대 위의 퍼펫은 관객의 경계심을 허무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인형 말에 생명 불어넣은 '워 호스'

인형극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가 있고 대부분의 문화권에 존재한다. 최근 활발한 퍼펫 활용의 기폭제가 된 것은 영국 국립극장의 연극 '워 호스'다. 2007년 초연작으로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가 만든 인형 말의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조 연출가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만 있던 '벤자민 버튼'을 본격적으로 제작한 것도 영국에서 '워 호스'를 보고 "퍼펫도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후부터다. 시장 확대를 노린 가족극이 떠오르면서 브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 '라이온 킹'을 필두로 퍼펫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1997년 초연한 '라이온 킹'의 창의력이 지금도 인정받는 등 전통적 연출 방식인 퍼펫은 기술 발달 시대에도 여전히 각광받는 연극적 장치"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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