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사업장 적극적 정리 유도… “연착륙 속도 높일 것” [뉴스 투데이]

이도형 2024. 5. 1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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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PF ‘옥석 가리기’ 시동
금융위 “구조조정 엄정히 평가”
10개 금융사 ‘신디케이트론’ 활용
2∼3% 부실 사업장 경·공매 처분
정상 사업장엔 대출 등 자금 지원
당국 “충당금 100조… 감당 가능”
일각 “2금융, 8조~14조 더 필요”
손실따라 일부 유동성 위기 전망

“기존 (구조조정) 속도보다 조금 높이겠다. 엄정하게 평가하고 일정을 분명히 제시하겠다.”(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금융 당국이 지지부진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작년 말 기준 230조원에 달하는 PF 사업장을 4단계로 평가해 사업성이 부족하면 정리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부실하다고 판단돼 경·공매로 주인이 바뀔 사업장 규모는 5조∼6조원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100조원에 달하는 충당금 규모 등을 고려하면 금융권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보지만 업계에서는 유동성 위험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대금 지급이 유예되면서 일부 공사현장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4일 태영건설의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모습. 뉴스1
◆‘4단계’ 옥석 가리기 시동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부동산 PF 대책을 발표하면서 ‘질서 있는 연착륙’을 강조했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PF 시장 부실을 그대로 뒀다가는 위급한 상황으로 번져 ‘경착륙’(급격한 정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대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정리 유도다. 당국은 현재 3단계인 PF 사업성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악화 우려’를 ‘유의’와 ‘부실 우려’로 세분화했다. 가장 낮은 등급부터 선별해 구조조정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조치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조금 관대하거나 관행적으로 평가하던 부분을 객관·합리적으로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사업성 평가를 엄격히 하는 만큼 정상 사업장으로 분류되면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끔 돕기로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사업자 보증을 기존 10조원에서 30조원으로 확대하고, 비주택 사업장을 대상으로 4조원 규모로 건설공제조합의 PF 사업자 보증을 신설하는 등 정부 차원의 자금 공급이 이뤄진다. 아울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펀드 조성액 중 40% 내에서 정상화 가능 사업장에 대한 추가 필요자금 대출을 허용했다.

금융 당국은 본 PF, 브릿지론에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약정을 더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규모가 지난해 말 230조원 정도라고 설명했는데, 이 중 90∼95%를 정상으로 분류했다. 나머지 중 2∼3%는 경·공매로 넘겨야 하는 부실 우려 사업장으로 봤다. 자금 규모로는 5조∼6조원으로 추산된다.

PF 사업장 지원을 위해 10개 금융사가 1조원가량 조성하는 공동 대출인 신디케이트론이 투입된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필요하면 5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업계 추가 손실 우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부동산 PF 재구조화로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권 충당금 적립 총액이 100조원가량으로 (추가 신규) 충당금은 굉장히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금융권 일각에서는 추가 손실로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제2금융권(증권·캐피털·저축은행)의 추가 적립 충당금을 분석한 결과 8조1000억∼13조8000억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에서도 “이번 발표로 손실 규모는 대체로 기적립 대손 충당금 규모를 상회할 것”이라며 “증권·캐피털·저축은행 3개 업종의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은 1∼2년 내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부 회사는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아 손실인식 규모가 손실대응능력 대비 크거나 계열로부터의 지원 가능성이 작아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PF 사업장 경·공매가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해 보면 5조원 정도 충당금을 쌓은 제2금융권에는 추가로 3조∼8조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 금융사의 연간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 또는 부실 사업장을 가려내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PF 사업성이 충분한지 아닌지 천편일률적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금융 당국의 발표도 이를 일부 인정하고 있는데, 정상 사업장에는 보증 한도를 늘려 어떻게 지원할 건지 설명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도형·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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