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첫 ATS` 넥스트레이드, 첫단추 잘 끼울까…"안착 지켜봐야"

신하연 2024. 5. 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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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증권거래 업무 개시
오전 8시부터 하루 12시간 지원
新호가제·低수수료로 차별화
"복수 서비스… 선택폭 확대 기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ATS 운영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다자간매매체결회사) 출범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KRX)가 1956년 설립 이후 70년 가까이 독점하고 있던 증권거래 시장이 양분화 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지만, 투자자를 유인할만한 차별화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ATS '넥스트레이드'(NXT)는 올 4월 본인가를 취득 후 내년 3월 정식으로 증권거래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ATS 도입근거를 마련한 것은 지난 2013년이지만, 인식 부족과 설립 운영에 대한 규제로 그간 실현되지 못하다가 10년 만인 지난해 3월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ATS 설립준비위원회를 출범, 같은 해 7월 ATS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거래 지원을 비롯해 '중간가호가'와 '스톱지정가호가' 등 새로운 호가 도입, 한국거래소 대비 20~40% 낮은 수준의 거래 수수료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와 유의미한 경쟁 관계를 조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거래 상품 제한, 거래량 한도(체결 거래량 기준 시장 전체의 15%, 종목별 30%), 공개매수 의무 등 제약이 있어 경쟁 체제가 안착하기 어렵고, 청산·결제 등 서비스도 한국거래소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주식매매 수수료인 0.0027%도 저렴한 수준이라 거래비용 절감 효과도 미미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일 거래소 체제로 운영돼온 국내 산업 지형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면서도 "다만 복수 거래소 체제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청산 기관이 별도로 독립돼 있는 만큼, 거래소에 의존하는 것이 공정한 방식인지에 대한 이슈는 추후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NXT 애프터마켓(오후 3시30분~8시) 중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 등이 언론 보도되는 경우 해당 종목의 매매거래 즉시 정지하는 조치 등 시장 관리 조항 역시 넥스트레이드가 언급한 '거래 시간 연장에 대한 투자자 니즈'와 상충된다.

당장 내년부터 두 개의 시장에서 통합 호가를 관리하게 되는 증권사들이 참고할 업무 가이드라인 역시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 9일 열린 ATS 운영방안 세미나에 토론 패널로 참석한 백종흠 키움증권 ICT본부 부장은 "최선집행의무에 관한 표준안, 시장 운영 제도 등 초기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며 "단순히 거래소 하나가 생겨서 주문을 전송하는 거래소가 추가되는 것뿐 아니라 증권사 입장에서는 제한된 자원으로 매체 개발, 원장 개발, 인프라 구축 등 각 부문별로 업무 개발을 진행하기에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증권사 실무진들은 통합 호가나 최선집행의무 준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ATS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경쟁이 촉진되고 시장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강소현 연구위원의 '복수 거래시장 체제 도입과 국내 증권사의 최선집행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앞서 ATS에 해당하는 PTS(사설거래시스템)를 도입했으나 설립 이후 10년간 이들의 거래량은 0% 수준으로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야간거래 위주의 시장 구조, 주문체결 제한 규정에 따른 거래소 매매가격 이용 거래, PTS에 대한 규제 등을 원인으로 꼽고 "PTS 제도 도입 초기에는 PTS가 독립적인 거래시장이 아닌 거래소의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후 일본 금융청(FSA)이 시장 간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PTS에 대한 매매가격 결정방식의 확대, 틱 사이즈(호가의 눈금폭) 인하, 신용거래 금지 해제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한 결과 PTS의 상장주식 거래대금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 이상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다만 ATS 출범 후 당분간은 시장 안착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질적으로는 단일화된 서비스보다 복수 서비스가 경쟁 환경을 조성해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며 "청산기관의 분리 또는 별도 설립의 문제는 별개의 것이고, 자본금 요건이나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막대해지기 때문에 우선 ATS의 초기 시장 안착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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