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연착륙 대책에 건설업계 아쉬움…"수요회복 대책도 내놨어야"

고가혜 기자 2024. 5. 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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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분양한 사업장을 경·공매 넘기면 수분양자들은 어떻게 되나"
전문가 "명확한 지침·차등 지원 긍정적…분양 원활해지긴 어려워"
[서울=뉴시스] 부동산 PF 사업장 유의‧부실우려 등급 평가기준. (자료=금융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건설 업계에서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은 옳다면서도 전반적인 PF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와 관련해 건설 업계에서는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을 구조조정한다고 해서 PF부실이 다 정리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또 사업의 단계에 따라 그 이면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분양을 한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기면 수분양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이며, 착공 단계에서 자금을 회수한 곳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인하 및 추가 금융지원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뿐 조건을 까다롭게 한다고 정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상대로 자금 압박을 하더라도 시공사 등에서 빌린 돈을 자체 자금로 갚겠다고 하면 원래 기대한 정책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뛰어난 서울 및 대도시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지방 사업장을 수주한 건설사들의 경우 자금 손실이 불가피해보인다"며 "책임이 시공사에만 몰려 있고 금융사에는 없다는 점을 더 보완해 명시화했으면 좋았을텐데 그 부분이 없어 아쉽다. 취약 사업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전반적인 대출회수요건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고, (사업장을) 매각하더라도 채무 상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C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로 인한 피해는 관련 사업장에 연계된 건설 업체들이 다 같이 받는데, 이번 정부 대책으로 실질적인 지원을 받게 되는 기업은 일부에 그칠 수 있다"며 "일부 건설업체들은 오히려 피해만 받고 지원은 못 받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경공매 대상은 2~3% 밖에 안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 수치"라며 "실제 프로그램이 작동했을 때 유사한 사업장 중에서도 어떤 곳은 경·공매로 넘기고 어떤 곳을 정상화시킬지 구분하기가 쉬울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살아나고 주택가격 시세가 어느 정도 올라와야 금융기관이 대출할때도 사업성 평가를 통과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요회복 대책을 동시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건의를 (금융당국에) 했는데, 이 부분은 제외돼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이번 대책이 부동산 업계 전체를 관통하는 PF 부실 리스크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가 부동산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지원에 관련된 명확한 지침 규정과 사업장의 부실 정도에 따른 차등적인 지원안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PF 리스크는 주택보다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상품 쪽이 더 큰 만큼 착공으로 이어져도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분양까지 원활하게 진행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PF 대책은 엄격한 사업성 평가를 통해 사업의 계속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은 사실상 퇴출까지 가능토록 하고, 사업성이 일부 부족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은행과 보험권이 소방수로 나서 최대 5조원 규모의 공동대출을 해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양호-보통-악화우려'의 3단계 등급을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의 4단계 등급으로 세분화해 양호 등급은 재구조화나 자율매각을, 부실우려 등급은 상각이나 경·공매 등으로 정리토록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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