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서 성지식 얻는 아이들

한겨레 2024. 5. 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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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녀가 어떤 경로를 통해 성 지식을 얻는지 알고 있을까.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내 성 지식이라곤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난자와 결합하면 수정이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정자가 난자와 만나는지 몰랐기 때문에 남녀가 키스하면 타액을 통해 정자가 여성의 몸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여학생들은 주로 웹툰을 통해 성 지식을 얻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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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ㅣ 장애&비장애 함께 살기
게티이미지뱅크

부모는 자녀가 어떤 경로를 통해 성 지식을 얻는지 알고 있을까. 교사는 학생들이 어떤 자료를 서로 간에 공유하는지 알고 있을까. 아마 상당수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묻는다고 순순히 말해줄 10대 청소년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성교육 선생님은 ‘야한 비디오’였다.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내 성 지식이라곤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난자와 결합하면 수정이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정자가 난자와 만나는지 몰랐기 때문에 남녀가 키스하면 타액을 통해 정자가 여성의 몸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친구 집에 놀러 간 날, 친구가 빌려다 놓은 해외 영화를 보면서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나처럼 어리숙하지 않다. 딸만 해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초등 교육 도서인 ‘WHY’ 시리즈 중 ‘사춘기와 성’을 읽으며 성관계를 통해 임신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책을 읽고 난 딸이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다. 성관계가 가능하려면 남녀가 포개져 누운 채로 남자 얼굴에 여자 발, 여자 얼굴에 남자 발이 가 있어야 할 것 같단다. 서로 발 냄새를 맡으며 성관계하는 것이냐고 묻는 딸 앞에서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있다.

어렸던 딸은 지금 중학교 3학년이다. 하루는 딸이 친구들하고 야한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 적 있다고 했다. 키스해본 친구의 경험담도 듣고 언제 첫 경험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

“너 4학년 때 발 냄새 사건 기억하지. 지금도 여전히 발 냄새 맡아야 할 것 같아?” “아~ 그때는 내가 뭘 몰랐지. 지금은 다 알지.”

딸이기에 성교육 하나만큼은 철저히 시키려 노력했지만 ‘체위’에 대해선 설명한 적 없었는데, 딸은 어떻게 “다 알지”가 되었을까. 여학생들은 주로 웹툰을 통해 성 지식을 얻는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그런 게시물을 볼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한단다.

딸을 통해 링크를 받았더니 앱을 설치해야만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해당 앱의 정보를 검색했더니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다.

앱을 지우고 다시는 이런 만화를 보지 말라고 하면 딸은 “네~, 어머니.” 하며 내 말을 들을까. 어림도 없다. 그럴수록 더 음지에서 더 들키지 않게 볼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딸을 불러 회원가입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무료로 풀린 몇 개 외엔 결재까지 해서 보면 안 되는 이유, 채팅이나 댓글 쪽은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남학생들은 웹툰이 아닌 영상을 보는 것 같은데 딸은 그쪽에 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우리 시대 ‘비디오’를 요즘 아이들의 ‘핸드폰’이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핸드폰엔 그래도 ‘어른의 양심’으로 진짜 성인물을 내어주진 않았던 비디오 가게 사장님 같은 ‘검열’의 존재가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교와 가정이 해야 할 성교육의 방향과 구체적 방법론은 무엇일까. 더 진지한 고민과 대처가 필요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류승연 ‘사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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