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학생에게 ‘아빠’ ‘엄마’가 되어주세요”

김미영 기자 2024. 5. 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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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5일은 교권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 조성,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스승의 날이다.

손덕제(49) 울산 농소중학교 교감은 "선생님에 대한 분노, 거짓말, 도박이나 절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문제의 원인은 불신에서 기인하며, 이 때문에 학생 지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교사를 신고하거나, 학생지도하는 상황을 녹음해 아동학대로 신고한다고 겁박하는 등 학생들이 교사를 골탕 먹이는 일도 발생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생활지도 의욕이 점점 꺾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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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학생 지도 어떻게 할까?
학생부장 12년 ‘티처 홈스테이’ 운영
문제 학생 다수 부모 사랑 못 받아
징계와 처벌 능사 아냐…칭찬해줘야
학생 변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 ‘금물’
손덕제 울산 농소중학교 교감. 사진 본인 제공

5월15일은 교권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 조성,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스승의 날이다.

반면, 교사노조연맹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교사 10명 중 6명은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가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교권 회복 등 근무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으로 작은 선물도 터부시하는데다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정하는 학교가 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 통로가 막혔다. 교사 스스로 존중받는다고 느낄 최소한의 기회조차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사이에 감사하는 마음보다 불신이 더 쌓이면서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부담을 느끼거나, 심지어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손덕제(49) 울산 농소중학교 교감은 “선생님에 대한 분노, 거짓말, 도박이나 절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문제의 원인은 불신에서 기인하며, 이 때문에 학생 지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교사를 신고하거나, 학생지도하는 상황을 녹음해 아동학대로 신고한다고 겁박하는 등 학생들이 교사를 골탕 먹이는 일도 발생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생활지도 의욕이 점점 꺾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2010년부터 10년 이상 학생생활부장으로 재직하면서도 ‘방황하는 학생들의 수호천사’로 통했던 22년차 체육교사인 손 교감에게 그 해법을 들었다.

그는 “가장 웃긴 선생님을 뽑아도, 가장 무서운 선생님을 뽑아도 모두 내가 1등이었고, ‘소통왕’으로 불렸다”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사랑과 신뢰가 바탕이 되면 가능하다”며 웃었다.

“대체로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이 방황을 더 많이 합니다. 따라서 방황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아빠’와 ‘엄마’ 같은 사랑을 주면 효과가 좋습니다. 교사가 먼저 학생에게 사랑을 표현하면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교사를 신뢰합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불신하고 무시하는 행태 대다수는 교사가 학생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는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들이 학생에게 측은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는 “측은한 마음으로 접근하면 제자들이 금방 눈치를 채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내 자식에게 밥을 먹이면 잘 먹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듯 그런 사랑을 충분히 주십시오. 아가페적 사랑으로 제자를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제자의 닫힌 마음이 열릴 때가 올 것입니다.”

2010년부터 문제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티처 홈스테이(Teacher’s Homestay)’ 경험이 그의 이러한 소신을 만들었다. 티처 홈스테이는 제자를 1박2일 일정으로 그의 집에 초대해 함께 배드민턴, 축구, 등산, 게임, 영화, 자전거 타기 등 학생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고, 식사를 하고, 잠을 자면서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는 일종의 집중상담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문제 학생 150여명이 그의 집을 다녀갔다.

“저와 부모의 속을 썩이던 제자 한 명이 내게 돈을 빌리러 왔다가 우연히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함께 저녁을 먹고,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눈 게 전부였는데, 그 이후부터 그 아이의 학교생활이 달라지더라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하는 동안 서로에게 사랑과 신뢰가 싹튼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그 제자는 문제아(?) 꼬리표를 떼고 무탈하게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티처 홈스테이의 성과는 기대보다 컸다. 학생 신분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킨 학생은 티처 홈스테이 이후 나쁜 길에서 빠져나와, 현재 래커차 사업체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다문화 여학생은 티처 홈스테이를 거친 뒤 자신감을 회복해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마쳤다. 현재 그 여학생은 미용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대형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1박2일의 숙식형 ‘티처 홈스테이’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간, 비용 등의 제약 때문에 교육 현장에 전면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방과 후 선생님과 저녁 식사를 하며 속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춘 ‘한 끼 상담 프로그램’을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학교와 교사의 형편에 맞춰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변형해 운영한다면 문제 학생 지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가 ‘사랑’ 못지않게 교사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아낌없는 ‘칭찬’이다. 문제 학생 다수가 가정폭력을 겪거나 방임으로 애정결핍 상태에 있음을 고려할 때, 징계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방황하던 중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이 내게 해준 ‘체육 선생님 하면 참 잘 할 것 같아!’ 칭찬 한마디가 인생을 바꿨다”며 “학생들은 선생님의 관심과 함께 관심 분야에 대해 칭찬을 받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고, 그 칭찬이 밑거름이 되어 스스로 달라지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이 문제 학생을 지도할 때는 막연한 ‘기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내가 상담했으니 좋아지겠지’라는 마음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힘들 때 내게 찾아오게 만들어야지’를 최선으로 여겨야 한다. “학생들의 행동이나 태도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항상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이야기를 들어 주십시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제자가 교사에게 먼저 ‘힘들다’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것입니다. 그것이 문제 학생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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