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라인야후 사태와 포켓몬카드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5. 13. 17: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희귀한 포켓몬카드를 가진 A군.

덩치가 큰 B군이 종종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을 봐왔던 A군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B군이 S급은 없지만 A급과 B급 카드 여러 장을 갖고 있었기에 같이 놀기로 했다.

B군은 A군과 카드 게임을 할 때마다 A군의 S급 카드 때문에 번번이 졌다.

B군 엄마는 "S급 카드에 흠집이 나서 가치가 떨어졌으니 B군의 카드 몇 장과 교환했으면 좋겠다"며 A군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만 보유한 희귀 카드
소프트뱅크가 쉽게 뺏는 격
日선 정부 이기는 기업 없어
우리 정부 중재 역할 급한데
손놓고 네이버에만 쓴소리
정치인은 때아닌 반일 선동

희귀한 포켓몬카드를 가진 A군. 리셀 시장에서 수천·수만 배 가격을 받을 수 있는 S급 카드다. 옆집에 사는 B군은 이 카드가 탐이 나서 A군에게 같이 놀자고 했다. 덩치가 큰 B군이 종종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을 봐왔던 A군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B군이 S급은 없지만 A급과 B급 카드 여러 장을 갖고 있었기에 같이 놀기로 했다.

B군은 A군과 카드 게임을 할 때마다 A군의 S급 카드 때문에 번번이 졌다. 그러자 B군은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B군 엄마는 "S급 카드에 흠집이 나서 가치가 떨어졌으니 B군의 카드 몇 장과 교환했으면 좋겠다"며 A군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너무 억울했던 A군은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엄마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한참을 뜸 들이다 뒤늦게 나타난 A군 엄마는 "너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 카드를 바꿀지 말지는 네가 결정하면 그것을 존중하겠다"는 얘기만 되풀이한다. 또 "너의 생각은 뭔지 속 시원히 얘기해 달라"고 한다. 누가 봐도 A군이 카드를 교환하기 싫은 눈치인데, 엄마의 대답은 엉뚱 그 자체다.

엄마가 B군 엄마를 만나 제대로 항의하기를 기대했던 A군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과 함께 "역시 얘기하지 말 걸 그랬다"고 혼잣말을 한다. 평소 자식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던 A군 아빠도 우연히 이 일을 알게 됐다. A군 아빠 역시 일을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아내에게 "제대로 일을 못해서 그렇다. B군 엄마랑 친하게 지내더니 이럴 줄 알았다"고 탓만 한다. 그러면서 'B군 엄마가 누구 후손이네' '독도는 우리 땅이다'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하더니 조용한 동네가 떠나가라 죽창가를 소리쳐 부른다.

이상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라인야후 사태를 각색해본 것이다. 쉽게 짐작하겠지만 A군은 네이버, B군은 소프트뱅크다. 엄마는 각국의 정부, A군의 아빠는 좋은 기회다 싶어 숟가락을 얹고 싶어 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이다.

일본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정부 인사들을 만날 기회가 더러 있다. 만남의 자리에서는 한없이 친절하지만(다테마에·겉마음), 실제 내놓는 정책을 보면 냉정한 경우(혼네·속마음)가 대부분이었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보면서 네이버에 대한 혼네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정부를 이길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정부 눈 밖에 나면 철저한 '이지메(괴롭힘)'가 뒤따른다. 일본 정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를 갖고도 라인야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 기업인 네이버 또한 일본 정부에 대해 대놓고 얘기를 못한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업까지 공중분해될 수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한국 정부가 최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일본 정부와 직접 대화하는 것이다. 당장 7월 1일로 예정된 라인야후의 행정지도 답변 기한부터 연기시키거나 자본 관계 내용은 이때 빠지도록 해야 한다. 말보다 실천이 더 필요한 시기다.

[이승훈 도쿄 특파원 thoth@mk.co.k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