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해야 뜬다"… OTT, 신인 감독·작가 파격 기용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5.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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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로기완' '살인자ㅇ난감'
티빙 '피라미드 게임' 등
콘텐츠만 집중해 신인에 기회
데뷔작부터 글로벌 1위 흥행
디즈니·쿠플은 경력자 선호
편수 적어 검증된 작품 제작
김희진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넷플릭스

배우 송중기가 주연을 맡아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수차례 제작이 무산돼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던 작품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희진 감독이 장편 연출 경험이 없는 신인이었기 때문이다.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은 제작 지연으로 7년 만에 만들어진 저의 입봉작(데뷔작)"이라며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관객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2위(일간활성이용자수 기준)를 차지한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신인 창작자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디즈니+와 쿠팡플레이 등 다른 OTT에서는 경력 있는 창작자들이 주로 등용되며 OTT업계의 콘텐츠 제작 방식이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올해 공개된 드라마 '선산', 영화 '황야'도 신인 감독들의 데뷔 작품이다. 지난 1월에 공개된 '선산'과 '황야'는 각각 민홍남 감독과 허명행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고, 3월에 나온 '로기완'은 단편영화 '수학여행'으로 다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김희진 감독의 첫 장편영화였다. 2월 공개된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의 김다민 작가 역시 신인이었다. 올해 하반기 나오는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쓴 작가 손호영 역시 신인이다. 신인 창작자들이 OTT를 통해 첫 작품부터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살인자ㅇ난감'과 '선산'은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 부문 1위, '황야'와 '로기완'은 글로벌 비영어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신인 작가 유자의 데뷔작인 티빙 드라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의 한 장면. 티빙

국산 OTT 티빙에서도 신인 창작자들의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2월 공개돼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던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은 신인 작가 최수이의 작품이다. 올해 나올 예정인 티빙 드라마 '러닝메이트'는 영화 '기생충'의 공동 각본가로 참여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의 첫 연출작이다. 이달 31일 공개되는 드라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도 신인 작가 유자의 데뷔작이다.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신인 창작자들의 활약이 이어지는 것은 이들 플랫폼이 넓어진 시장에서 통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기성 창작자와 신인을 가리지 않고 콘텐츠의 품질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다 보니 기존 콘텐츠업계 지형에서 기회의 문이 좁았던 신인들이 등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2025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한국 콘텐츠 중 신인 창작자 작품의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콘텐츠 팀이 프로젝트를 결정할 때의 핵심 요소는 콘텐츠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이라며 "시청자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해당 작품이 넷플릭스와 어울리는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토론하고, 창작자가 검증된 상품성을 갖고 있는지는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OTT를 통해 데뷔한 창작자들이 해당 OTT에서 콘텐츠 제작 기회를 재차 얻는 경우도 나타난다.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데뷔한 김태준 감독은 차기작인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를 제작한다. 영화 '콜'(2020), 드라마 '발레리나'(2023)의 이충현 감독, 드라마 '인간수업'(2020), '글리치'(2022)의 진한새 작가도 넷플릭스와 함께 데뷔작과 차기작을 모두 만들었다.

넷플릭스·티빙과 달리 디즈니+, 쿠팡플레이 등 다른 OTT들은 대부분의 콘텐츠를 기성 창작자들과 협업해 만들고 있다. 디즈니+가 올해 발표하는 10개의 한국 콘텐츠는 거의 전부가 민연홍, 유선동, 조효진 등 과거에 다수의 콘텐츠를 발표했던 창작자들의 작품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역량이 검증된 창작자들을 등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는 디즈니+ 콘텐츠 라인업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엄선된 고품질의 로컬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쿠팡플레이가 올해 발표한 드라마 '하이드' 역시 다수의 KBS 드라마를 연출했던 김동휘 감독의 작품이다. 지난 11월 공개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소년시대' 역시 연출 경력이 풍부한 이명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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