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바랄 게 없죠" 반전의 외인, '2군행→8G 타율 0.483' 8연승 선봉 '로하스 대신 잘 데려왔네'

안호근 기자 2024. 5. 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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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두산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가 12일 KT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투런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지금처럼 해주면 더 이상 바랄 건 없죠."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8연승과 함께 2위팀과 경기 차를 0.5경기 차까지 좁혔으니 그럴 만하지만 특히나 그동안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32)가 완벽히 반등에 성공한 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4월까지 타율 0.244에 그쳤던 라모스는 이달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어느덧 타율 0.301(113타수 34안타) 4홈런 26타점, 출루율 0.339, 장타율 0.513, OPS(출루율+장타율) 0.852로 타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기대가 컸던 라모스다. 지난 시즌 활약했던 호세 로하스가 타율 0.253에도 19홈런 65타점 OPS 0.819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썩 만족할 수만은 없었지만 전반기 부침을 이겨내고 후반기 타선을 이끌며 적응을 마쳤기에 올 시즌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두산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2022년 KT 위즈와 계약했지만 부상으로 짐을 싸야 했던 라모스를 택한 것. 스위치 타자이자 외야에서 한 자리를 맡아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데려왔지만 로하스를 떠올리게 했다. 시즌 초반 1할대에 그쳤고 결국 한 차례 2군에 다녀왔다.

12일 KT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투런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는 라모스.
이 시간이 라모스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1군에 복귀한 지난달 19일부터 라모스는 타율 0.382로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424.

두산의 8연승을 완성시킨 라모스의 친정팀 KT 위즈와 3연전은 이승엽 감독의 라모스를 향한 평가를 완전히 뒤바꿔놨다.

10일 KT전을 앞두고 이승엽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외국인 타자가 하위타선에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출루가 높아지면 득점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장타는 안 나오고 있지만 많은 출루를 함으로써 상위타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팀이) 지금 같은 경기력이면 당장 중심타선으로 갈 수 있는 타자는 아니기에 7번에서 마음 편하게 타격을 해주면서 이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모스의 타격감은 KT를 만나 그 어떤 타자보다도 더 뜨겁게 불타올랐다. 10일 경기에서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이승엽 감독은 "라모스는 경기를 치를수록 더 좋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오랜만에 홈런도 터뜨렸는데 지금의 타격감을 꾸준히 이어가길 바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라모스가 홈런을 터뜨리고 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부족하다고 느꼈던 꾸준함과 장타력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이 감독은 12일 더블헤더 1차전을 앞두고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 지금처럼 해주면 더 이상 바랄 건 없다. 열심히 뛰어주고 열심히 쳐주고 수비도 열심히 해주기 때문에 우리가 시즌 전 계약을 하며 라모스에게 바랐던 점이 지금 나오고 있다"고 칭찬했다.

힘들었던 시간을 잘 견뎌내 이뤄낸 성과다. 이 감독은 "타격이 좋지 않다 보니까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타격할 때 하체 밸런스도 좋아지고 스스로도 조금씩 컨디션이 올라오고 결과가 나오다 보니까 굉장히 밝아지는 분위기"라며 "사실 기분에 따라서 성적이 좋아지고 나빠지고 할 수도 있다. 팀이 잘 나가더라도 스스로가 힘들면 위축되기 마련인데 지금 팀도, 본인도 좋다보니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번씩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 하지 않아야 될 실수가 한 번씩 나오지만 질책을 한다면 수 본인이 하고 싶은 야구를 하지 못할 수 있다"며 "당연히 실수가 나올 수도 있고 그걸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독려를 해야지, 질책이나 이런 건 우리 팀엔 없다.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야구를 필드 안에서 다 하면 될 것 같다"고 독려했다.

이 감독의 두둑한 신뢰 속에 라모스는 더 힘을 냈다. 더블헤더 1차전에선 4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3득점 활약하더니 2차전에선 팀에 승기를 안기는 투런 홈런까지 날렸다. 이 감독도 경기 후 "3회 나란히 터진 라모스와 전민재의 홈런포 덕에 리드를 벌릴 수 있었다"고 흐뭇해 했다.

10일 KT전 승리를 이끈 라모스(왼쪽에서 2번째)가 이승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김재환과 양석환의 성적이 다소 만족스럽지 않은 가운데 라모스가 중심타선으로 상향 배치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현재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감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의 장타력 부재 의구심마저도 3경기 2홈런으로 날려버렸다. 경기 후 라모스는 "팀이 8연승을 이어가서 기쁘다. 더블헤더 두 경기 모두 선발 출장해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컨디션은 전혀 문제없다. 더 많이 출장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홈런에 대해선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변화구가 와서 배트 컨트롤을 했는데 운이 좋게 넘어갔다. 감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며 "2군에서 꾸준히 연습한 부분이 잘 되고 있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타지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도 심리적으로 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반등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주변에서도 라모스의 적응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개막 이후, 100타석 조금 넘게 들어갔다. 아직 한국 투수들 공에 완벽히 적응했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전력분석 및 통역 파트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동료들이 나의 세리머니를 함께 따라하고 있다. 나를 응원해주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분 좋다. 앞으로도 계속 따라해도 괜찮다(웃음). 오늘도 팬들의 응원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 항상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4월까지만 해도 로하스를 그리워했던 두산 팬들이지만 이젠 '효자 외국인 타자' 소리를 들으며 "여권을 불태워야 한다"는 반응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이젠 연승 행진의 중심에 서서 타선의 '믿을맨'으로서 추앙을 받고 있다. 더 고무적인 건 로하스보다 반등 시점이 2개월이나 더 빠르다는 점이다. 두산이 부진을 딛고 빠르게 반등할 수 있는 이유 중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라모스의 활약이 반갑기만 한 이승엽 감독과 두산 팬들이다.

홈런을 친 뒤 홈 플레이트를 밟고 세리머니를 하는 라모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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