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딛고 함께 걸어온 신발의 역사…삼국시대 금동신발 한자리에(종합)

김예나 2024. 5. 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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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한국의 신발, 발과 신' 특별전
왕의 신발부터 짚신·미투리까지…무령왕비 금동신발 복원 후 첫 외출
우리나라 신발의 역사 한 곳에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3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 '한국의 신발, 발과 신' 사전 공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4.5.13 psik@yna.co.kr

(대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볏짚으로 만든 짚신은 삼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흔히 신었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쓴 덕분이었다.

짚신 한 켤레를 만들면 3∼4일 정도 신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백성들에게는 짚신이 필수품이었으나, 왕은 겉은 비단에 바닥은 나무를 대 정성껏 만든 석(舃)을 신었다. 왕은 붉은 신발을, 왕비는 푸른 신발을 신었다.

두 발로 선 인류의 걸음마다 함께해 온 신발을 조명한 전시가 열린다.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신발의 역사와 문화에 주목한 첫 자리다.

국립대구박물관 개관 30주년 특별전 '한국의 신발, 발과 신'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3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 '한국의 신발, 발과 신' 사전 공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4.5.13 psik@yna.co.kr

국립대구박물관은 이달 14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 '한국의 신발, 발과 신'을 선보인다.

김규동 국립대구박물관장은 13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신발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루는 전시는 처음"이라며 "신발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색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 316건 531점의 유물을 아우르는 전시는 말 그대로 신발의 '모든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약 3천700년 전 청동기 시대 유적으로 알려진 중국 신장(新疆) 로프노르의 무덤에서 발견된 모자와 가죽 신발이 눈길을 끈다. 지금의 신발과는 달리 투박한 가죽 그대로의 모습이다.

'한국의 신발, 발과 신'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3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 '한국의 신발, 발과 신' 사전 공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4.5.13 psik@yna.co.kr

추수를 마친 후 남은 볏짚을 엮어 만들었던 짚신, 짚신과 비슷해 보이지만 마를 엮어 만든 미투리 등 옛사람들이 신었던 신발도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선보인다.

430여 년 전 조선시대 판 '사랑과 영혼' 이야기도 신발에 묻어있다.

1998년 안동의 한 무덤에서 출토된 '원이 엄마 미투리'는 남편 병구완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신발로, 남편을 떠나보낸 애절한 마음을 보여준다.

신발을 주제로 한 전시지만, 다양한 옷과 장신구를 함께 구성해 쉽게 설명한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의 신발, 발과 신'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3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 '한국의 신발, 발과 신' 사전 공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4.5.13 psik@yna.co.kr

예컨대 의례용 신발인 석은 왕이 입던 구장복(九章服)과 함께 전시했고, 신하가 신던 발목 높은 가죽신 화(靴)는 보물 '남구만 초상'·'이하응 초상' 등과 함께 보여준다.

화가 포함된 보물 '안동 태사묘 삼공신 유물 일괄'은 관리가 관복을 입을 때 착용하던 모자인 복두, 모란 무늬를 새긴 허리띠, 둥근 모양의 부채, 인장(도장)과 이를 넣은 함 등과 함께 볼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금동신발 컬렉션'이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출토됐다고 전하는 금동신발부터 전북 고창 봉덕리 1호 무덤 출토 금동신발, 경주 식리총 금동신발 등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금동신발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립대구박물관 '한국의 신발, 발과 신' 특별전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3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 '한국의 신발, 발과 신' 사전 공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4.5.13 psik@yna.co.kr

고영민 학예연구사는 "전국적으로 금동신발은 50건 정도만 확인됐는데 삼국시대 유물을 이렇게 모은 건 처음"이라며 "화려함 속에 죽은 이에 대한 추모, 내세관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71년 충남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무령왕비의 금동신발은 발견 당시 뒤꿈치가 부서져 없어진 상태였으나, 2017년 조각을 모두 맞췄다. 복원 이후 완전한 모습으로 '외출'에 나선 건 처음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 나라별 특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 학예연구사는 "백제의 금동신발은 발의 중심선에서 좌·우측 판이 결합하고 바닥에는 작은 금동 못을 박았다. 고구려, 신라와는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립대구박물관 개관 30주년 특별전 '한국의 신발, 발과 신'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3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 '한국의 신발, 발과 신' 사전 공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4.5.13 psik@yna.co.kr

전시는 벽면을 따라 전시된 여러 신발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禪僧) 성철 스님(1912∼1993)의 고무신,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m 고봉 16좌를 등정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등산화, 길이가 33㎝에 달하는 서장훈의 농구화가 공개된다.

영화 '1987'에서 강동원과 김태리가 착용한 운동화도 눈길을 끈다.

박물관은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사회와 문화를 담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며 "방대한 역사를 지니는 우리 신발과 복식 문화를 살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무료 관람.

우리나라 신발의 역사 한 곳에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3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 '한국의 신발, 발과 신' 사전 공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4.5.13 ps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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