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관두고 연매출 4억원... 유쾌한 도전 나선 청년 농부, 성공 비결은

윤형권 2024. 5. 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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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령 스마트팜 그린몬스터즈 서원상 대표
"스마트팜 창업 교육과 선도 농장 실습 필수"
"미니오이 120만 개 수확…없어서 못 팔아요"
편집자주
충남도가 "농업·농촌을 혁명하겠다"는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청년농 3,000명 육성으로 '돈 버는 농업,부자 청년 농부'를 목표로 농촌과 농업을 재구조화하겠다는 포부다. 청년농부에게 파격적인 재정을 지원하고 대규모 농지 경작, 청년농 조직화를 꾀하는 것 등이 세부 계획이다. 최근 충남농업기술원 스마트팜 청년 창업 교육 과정 입학 경쟁률이 3.5대 1을 넘기는 등 반응도 좋다. 스마트팜에서 구슬탐을 흘리는 청년 농부들을 찾아 그들의 열정과 포부를 들어본다.
충남 보령 스마트팜 그린몬스터즈 서원상 대표가 작목 선택과 스마트팜 시설 구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령=윤형권 기자

"단맛이 나는 미니오이는 시장에서 과일 대용으로 많이 찾습니다. 하루에 두 번 수확하는데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에요."

충남 보령에서 스마트팜 '그린몬스터즈'를 운영하는 서원상(36) 대표는 지난 2017년까지 국내 굴지 대기업에서 냉장고를 연구·개발하는 엔지니어였다. 지금은 스마트팜을 운영한 지 1년 만에 미니오이를 재배해 연 매출 4억 원을 달성한 어엿한 청년 농장주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그만둔 그가 꿈을 이뤄가는 현장을 지난달 28일 직접 찾았다.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 대기업 출신이라 들었다.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아 창업을 결심하고 무작정 퇴사했다. 어떤 사업을 할까 찾아보던 중 청년 창업 농부를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 스마트팜 교육과정을 알게됐다. 그때 '아! 이거다'라고 직감했다."

-스마트팜 창업 교육은 어땠나.

"전북 김제에서 1년 8개월 동안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마치고선 김제의 한 유리온실에서 2년 6개월간 독립을 준비했다. 낮엔 농장에서 일하고 밤엔 사업 밑천과 판로 개척을 고민했다. 주경야독이랄까(웃음)."

-영농 경험이 없었다. 조금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마트팜은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커다란 냉장고와 같다. 창업 교육이 재밌고 어렵지 않았던 이유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엔지니어 였기에 내심 농장 운영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추위와 더위, 병충해, 태풍 등 사계절을 겪어야 작물의 생육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 전 영농 경험을 쌓았다."

스마트팜 그린몬스터즈에서 청년농부 서원상 대표의 꿈이 익어가고 있다. 보령=윤형권 기자

- 연 매출 4억 원 농장주가 됐다. 어려움은 없었나.

"사실 처음 오이를 수확하기까지 지루하고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정부 정책에 따라 스마트팜 교육을 받으면 최대 30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개인 신용 상태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대출이 된다고 해도 원하는 만큼 자금을 지원받을 정도로 은행 문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농지법과 국토이용계획, 건축법, 환경영향평가,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 규제가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들인가.

"스마트팜은 '고정식 온실'인데 시설을 하려면 콘크리트로 시공해야 한다. 농지에 콘크리트를 깔려면 지자체에 농지이용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 변경 허가, 국토이용계획법의 개발행위 허가도 받아야 한다. 개발행위를 하려면 건축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찮다. 게다가 환경영향평가도 받는다. 인허가만 12개 이상이다. 이 과정에서 농지에 스마트팜을 짓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득 없이 시간만 가니 애가 타고 침이 마르지 않겠나."

-스마트팜 창업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쉽게 농장을 만들 수 있도록 법과 조례 등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하는데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정부가 스마트팜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있음에도 법과 제도가 뒤따르지 않은다면 '이율배반' 아닌가.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보다 많은 청년들이 농촌에 뛰어들 수 있다."

-스마트팜 그린몬스터즈에 대해 설명해 달라.

"부지는 8,264㎡(약 2,500평), 온실 면적은 4,628㎡(약 1,400평)이다. 9억 9,500만 원을 대출로 마련해 지었다. 토지 매입엔 2억 원이 들었다. 연간 미니오이 120만 개를 수확해 매출액이 4억 원 정도다. 수익은 매출의 35%다. 단맛이 나는 미니오이가 샐러드나 과일 대용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전체 매출의 70%, 나머지는 시장과 직거래 물량이 차지한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미니오이를 선택한 이유는.

"딸기나 토마토 등은 재배 농가가 많지 않나. 일반 농가와 차별화하자는 생각이었다. 경쟁력을 따져보니 미니오이가 정답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하루 두 차례 수확해 몸은 힘들지만 혈기왕성한 청년이란 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귀농 후 현재까지 삶을 평가한다면.

"손익분기점을 7년으로 보고 있다. 저축하며 가족들과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도 복잡한 도시보다 흙냄새 맡으며 사는 농촌 생활에 만족한다. 무엇보다 꿈이 눈앞에서 영글어 가고 있어 행복하다. 내년엔 시설을 확장할 생각이다. 이만하면 농사 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농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 조언할 말은.

"(모든 작목이 그렇겠지만) 오이는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생육 정도에 따라 양분을 공급해야 품질이 고르다. 그 결과 일반 재배 방법에 비해 생산량도 1.5배 이상이나 많았다. 유기농 농산물 품질이 유지되고 일정한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하니 단골이 생기더라는 경험담을 말해주고 싶다. 청년 창업농은 작목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팜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교육과 영농 실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습 후 창업을 할 것을 권한다."

부농을 꿈꾸는 스마트 청년농부를 찾아서

글 사진= 윤형권 기자 yhknew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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