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자금 넣으면 ‘정상’ 분류, 금융회사 PF대출 규제 대폭 완화…전문가 우려

윤지원·김지혜 기자 2024. 5. 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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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PF사업장에 돈 대는 금융기관 인센티브 확대
저축은행, 상호금융, 금융투자업 등 업권별로 대폭 규제 완화
전문가 “구조조정 역행”
공사비 미지급으로 1월 1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입구에 유치권 행사 안내문이 걸려있다. 2024.01.23 한수빈 기자

금융위원회가 13일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대책은 크게 2가지가 핵심이다. PF사업장 평가방식을 강화해 부실사업장을 솎아내는 게 한 축, 돈이 돌지 않는 PF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하는 금융회사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이 또 다른 축이다. 정부는 “만성 질병, 악성 질병으로 가는 걸 맞자는 취지”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신규 자금 투입이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을 늦추고 부동산 시장 거품을 유지·확대하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신규 공급되는 자금의 건전성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당국은 올 연말까지 부실화된 PF사업장에 금융회사가 신규 자금을 투입할 경우, 신규 자금에 한해 건전성 분류를 충당금 적립이 크게 낮은 ‘정상’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경우 부실 사업장이 정상 사업장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선순위 금융회사가 추가대출을 더해 기존 대출 약정서를 새로 작성하면 기존 ‘요주의’ 등 부실 사업장이 ‘정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사업성이 개선’된 사업장에 한해서만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구상이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사업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는 기존 선순위 대주가 후순위로 내려앉고 누군가 손실을 확실하게 책임져 토지가격 등이 대폭 낮아졌다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런 방식이 아니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선 부실사업장을 손실로 처리하는 대신 돈을 더 투입해 3~5년 가량 사업장의 장부 가치가 좋아지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금융투자업 등 업권별로 대폭 규제를 완화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례로 정부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규 자금 공급을 늘리기 위해 국내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국내 비주거·해외 부동산 대출수준(60%)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2014년 산식을 바꿔 규제를 완화한 NCR은 이미 과거 증권사의 무분별한 부동산PF 투자를 부추긴 바 있는데, 이번에 또 규제를 완화하고 나선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인센티브가 기존 원칙과 충돌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시적으로 부실 사업장을 정리, 재구조화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전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금융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김한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이번 정책으로 저축은행 업권에서 충당금 추가 적립이 필요할 수 있다”며 “1분기에 일부 환입이 이뤄지면서 적자 부분이 해소된 저축은행이 있긴 하지만 결국 연말 계속 적자를 이어가는 저축은행이 상당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황 위원은 “토지매입, 대출만기 등 사업성평가 항목이 여전히 추상적이라 금융기관이 자의적 해석에 따라 부실 사업장을 정상으로 분류시킬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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