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하청기구로 전락한 ‘국가교육위원회’ 개편해야 [왜냐면]

한겨레 2024. 5. 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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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미래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의 첫 자리에 놓인다.

국교위법이 국회에서 제정된 2021년 7월1일,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일관된 교육 정책을 추진할 기틀이 마련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렇지 않고 교육부의 한계를 넘어 국가 백년대계를 추구하는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면 목적과 방향을 상실해 존재감 자체가 없는 국교위를 시급하게 개선하는 동시에 이어질 제2기 국교위 체제를 정상적으로 발족할 입법적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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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연합뉴스

정대화 |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국가의 미래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의 첫 자리에 놓인다. 산업사회와 지식 기반 사회를 훨씬 넘어선 지식·정보 주도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앞으로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과 동행할 운명이다. 이렇게 교육이 중요한 시대 상황을 반영해 2022년 9월 발족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중환자실에 가야 할 상황이다.

3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국교위법이 국회에서 제정된 2021년 7월1일,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일관된 교육 정책을 추진할 기틀이 마련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청년과 학생, 대학 단체와 교원 단체 등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교육정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면서 ‘국민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 수립 후 80년 가까이 교육부가 교육을 독점해 온 상황에서 왜 국교위를 만들었을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교육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독임제 교육부장관 혼자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폐쇄적이고 자기 만족적인 관료주의의 한계를 넘어설 필요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교육 정책이 바뀌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초정파적이고 통합적인 교육기구가 필요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 국교위가 등장한 것이다.

국교위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교육부 바깥에서, 독립해, 교육 정책을 합의로 결정함으로써, 교육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추구하는 정부의 독립 행정위원회다.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모여도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교육의 일관성과 지속성은 불가능한 꿈일 수밖에 없다

현재 3년 임기의 반환점을 지난 국교위 제1기는 지금까지 2022 교육과정, 2028 대학입시 대책,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 변경을 결정했다. 세 결정 모두 교육부를 대만족시키는 의결이었다. 교육부에서 독립해 교육부의 한계를 극복하라고 요구했더니 교육부의 품 안으로 돌아가 교육부의 주문 제작에 성실하게 반응하는 하청기구를 자임해버린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국교위가 입법 취지를 망각해버렸다. 게다가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에 대한 개념과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 당연히 시도나 노력도 없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국교위는 맹탕이다. 국교위가 독립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원칙도 공허하다. 다른 정부기관의 한 부서에 불과한 30명 남짓 소대 규모의 기구에 국가 백년대계를 요구하는 것도 지나친 상상력이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기우제를 지내는 편이 효과적이다.

설계와 운영이 잘못됐다.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사람에게 공자 말씀을 기대하는 만큼이나 무리하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중요한데, 대통령실에서 추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이 없다. 상임위원은 국회의 표결이라도 거치지만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장은 검증도 없고 표결도 없다. 위원장에게는 국무총리에 준하는 인사 검증이 필요하고 모든 위원들은 최소한의 국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교위가 교육부의 주문 제작용도라면 차라리 자문기구로 전환하거나 폐지해 예산이라도 절감하는 편이 낫다. 그렇지 않고 교육부의 한계를 넘어 국가 백년대계를 추구하는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면 목적과 방향을 상실해 존재감 자체가 없는 국교위를 시급하게 개선하는 동시에 이어질 제2기 국교위 체제를 정상적으로 발족할 입법적 준비를 해야 한다. 핵심은 교육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도록 구조와 인사를 개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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